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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치매 책임진다더니, 무늬만 책임제 전락?
국가가 치매 책임진다더니, 무늬만 책임제 전락?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0.01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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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발표하고 치매안심센터 전국에 256개 설치
막상 집행되는 돈은 예산의 1.9%, 전문가 부족으로 안심센터 운영도 부실

정부 주도 하에 시행 중인 치매국가책임제가 사실상 무늬만 책임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예산 실(實)집행율이 1% 수준인데다 전문 인력 부재로 인해 치매안심센터의 전문성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에 인해 치매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치매환자와 진료비 증가세 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2018년 치매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치매 진료비는 총 8조833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4년 1조3324억 원에서 지난해 2조2323억 원으로 4년만에 67% 증가했다. 치매환자수도 2014년 41만6309명에서 2018년 71만2386명으로 5년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치매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식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전국에 치매안심센터 256개를 설치했다. 치매노인과 가족들이 1:1 상담부터 검진, 치매쉼터, 가족카페, 맞춤형 사례관리까지 통합적인 치매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얼마나 제대로 집행했느냐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등 확충 사업에 670억 2700만원을 배정했으나, 실제 집행액은 12억 5100만원에 그쳤다. 실집행율이 1.9% 수준인 것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건복지부의 수요조사 미비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예산 집행 전 지자체별로 상이한 노인요양시설 설립 계획, 수요 및 예산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공립요양시설이 없는 지자체를 단순 선별해 사업 계획을 짜는 등 사업 집행에 있어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앞서 2017년 결산 심의에서 수요 조사 없이 시작된 복지부의 ‘치매관리체계 구축 사업’이 1198억 원 넘게 이월처리 된 부분이 비판받은 바 있다"며 "그럼에도 복지부에서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 인프라인 '치매안심센터'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 전문인력 수급이 어렵다보니 협력의사의 경우, 사업 초기 주 8시간 근무 규정을 수정해 주 4시간 근무까지 허용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 근무 현황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 근무 현황 <김상희 의원실 제공>

현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만 60세 이상 신청자를 대상으로 협력의사가 기초면담을 진행한 후 전문인들의 신경심리검사를 거친다.  치매 임상평가에 따라 감별검사나 진단검사, 선별검사 등 추가적인 치매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센터는 협력의사 및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를 1인씩 둬야 한다. 협력의사의 경우 1주일에 8시간 동안 근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복지부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중 77곳(30%)은 협력의사가 주 4시간 이하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충남, 충북, 강원, 전북 등 지방으로 갈수록 협력의사의 근무시간이 4시간 이하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등록된 치매환자일수록 전문가의 진단에서 소외받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치매환자는 지방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전체 인구대비 치매환자 비율은 평균 1.37%로,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2.87%), 전북(2.32%), 경북(2.03%), 충남(1.99%) 등 농촌지역이 많은 시도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치매 환자 비율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세종(0.98%), 울산(1.04%), 서울(1.07), 인천(1.08%) 등 대도시 지역은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지방에 거주하는 치매환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력의사 수급이 어렵다면 근무시간을 줄여 치매안심센터의 전문성을 하락시키기 보다는 협력병원을 지정하는 등 전문인력 수급을 해결할 다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도 "농촌지역이 많은 시도에서 평균보다 높은 치매 환자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특수성이 반영한 정책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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