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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위해 역대 ‘전공의 회장들’ 나섰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위해 역대 ‘전공의 회장들’ 나섰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26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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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토론회에 기동훈·이승우 등 전현직 회장들 참석해 의견 개진
전공의법 시행 3년···실제 현장에 적용 못하는 사례 발표해 공감대 형성

“전공의는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공의는 근로시간으로 최악의 조건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환경은 절망에 가깝다.”

역대 전공의 회장들의 하소연 릴레이가 펼쳐졌다.

26일 오후에 열린 ‘전공의 근로시간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법이 시행된지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중점적으로 발표돼 개선에 대한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론회에는 23기 박지현 회장부터 22기 이승우 전 회장(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4년차), 20기 기동훈 전 회장(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진료교수) 등이 참석해 전공의 수련교육 및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이에 병협 및 복지부 측 관계자들도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각각의 케이스들에 대한 논의를 향후 수평위 회의에서 해결하자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박지현 회장 “수련병원서 범죄자 양성한다”

박지현 회장은 수련병원들에서 80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정해진 전공의법 이후, 자동으로 전산 로그인 기능이 차단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출근과 퇴근을 기록하고 아이디를 통해 진료처방이 이뤄지는데 전공의법을 지키기 위해서 임의로 일정 근무 시간이 초과되면 자동으로 전산이 로그아웃되고 더 이상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

이 때문에 전산 기록상으로는 전공의법이 준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처 담당 환자에 대한 진료를 끝내지 못한 경우, 동료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 대리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박지현 회장은 “대리처방은 엄연한 의료법 '위반' 행위이지만 현재 수련병원에서는 이 같은 범법행위를 전공의법을 지키자는 명분 아래 자행하고 있다”며 “전공의법을 지키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굳이 병원 입장에서 로그인을 차단하는 이유까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은백린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부위원장(고려대구로병원 교수)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준수가 전산기록 상 제대로 남게 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 부위원장은 “사실 현장에서는 로그인, 로그아웃을 통해 출퇴근이 기록돼야 하는데 제때 로그아웃을 하지 않는 상황이 많이 발생해 일정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되는 프로그램을 병원 측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문제를 향후 수평위 회의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자”고 말했다.

복지부 측도 해당 프로그램이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임영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직접 전산 시스템을 사용해 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로그아웃이 되는 시스템만으로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 같다”며 “로그인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 이승우 전 회장, 적절한 이동수련 체계 강조

이승우 전 회장은 현 전공의 수련환경에 이동수련에 대한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제일병원이 파산하면서 30여명의 전공의들이 1년여 간 제대로 된 수련 및 급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바 있다.   

이승우 전 회장은 “수련환경이 좋지 못한 수련병원들이 아직도 많다. 극단적 사례로 제일병원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이 있었고 수평위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속 전공의들에 대한 신속한 이동수련 등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당시 대전협 측에서 빠른 조치를 요구했지만 병원 간 이동수련에 대해 체계적 시스템이 없다보니 소속 전공의들이 4년 기간 중 1년 동안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했고, 이는 결국 양질의 의료인력 양성에 큰 손실로 이어진다는 게 이 전 회장의 견해다.

이승우 대전협 전 회장

이 전 회장은 “이동수련부분에 대해서도 아예 근거가 없던 것도 아닌데 수련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전공의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련 병원 기준을 높이더라도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임영실 사무관도 “이동수련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부분도 필요하지만 실제적으로 수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시기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며 “수평위 등과 논의를 통해 앞으로 더 빠른 시간 내에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기동훈 전 회장 “병원 환자 수 감소 방안도 검토해야”

수련병원에서의 제대로 된 환자안전을 위해 환자 수를 파격적으로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기동훈 대전협 전 회장
기동훈 대전협 전 회장

현재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기동훈 전 대전협 회장은 “지금도 전문의 없이 전공의가 야간 당직을 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즉 환자와 전공의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환자 수를 줄이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차라리 응급실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 전 회장은 “위험한 상황이 오늘도 수련병원들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환자 안전과 의료분쟁으로부터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극단적 처방이 필요할 때다. 이렇게 해서라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국가 지원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백린 부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되돌려 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해당 논의는 병원 차원이 아니라 국가와 관련 부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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