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공보의에 압력 행사한 서천군 항의방문···“원격의료 중단하라”
의협, 공보의에 압력 행사한 서천군 항의방문···“원격의료 중단하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9.26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중보건의에 경고장 보내 시범사업 참여 종용···검찰 고발 및 총력 대응 예고
서천군 측 무시로 일관···서천군수·서천군보건소장 면담 잇따라 피하며 불발돼

대한의사협회가 공중보건의사들을 앞세워 불법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서천군을 항의방문해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원격의료대응 TF 박홍준 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을 비롯해 박상문 충청남도의사회장, 김신호 서천군의사회장 등 의료계 관계자들은 26일 오후 3시 서천군청 앞에서 ‘서천군 원격의료 시범사업 및 공중보건의사 강제동원 규탄 집회’를 열고 서천군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br>

앞서 지난 8월 서천군은 보건지소의 공중보건의사와 방문간호사를 연계해 의료취약지를 대상으로 월 1~2회 방문 혹은 원격으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시범사업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서천군이 밝힌 시범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현행법상 금지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협진이 방문간호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보여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행 의료법에서 원격으로 의료인 간 의학적 지식을 교류하는 것이 아닌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진단이나 처방을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더구나 서천군은 현재 서천군 산하 보건소에 배치돼 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제로 종용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천군이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서천군수 명의의 '서면 경고문'을 발송해 공무원의 복종의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서천군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공무원 신분인 공중보건의들을 볼모로 이들이 의료인의 양심에 반하는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일종의 '갑질' 행정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의료계 대표자들은 26일 서천군청을 항의 방문해 “의료법을 위반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공중보건의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시범사업 강제동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항의 방문에 앞서 의협은 이번 사태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서천군수에게 설명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의협은 상급자가 공중보건의사에게 부당한 원격의료 업무 지시를 내리면 의료전문가로서 이에 따른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거부해야 하고 사전 예방에 나서 환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관해서는 기획 단계서부터 공중보건의들의 의견을 묻고 자발적인 동의 절차를 준수하라는 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공식입장임을 서천군이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서천군이 병역대체업무를 수행하느라 신분상 제약이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을 앞세워 불법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치졸한 행위를 하고 있다. 서천군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어 분노가 치민다”며 “앞으로 2주 정도의 시간을 주겠다. 현재 의협의 법리검토는 모두 끝낸 만큼 서천군이 그 안에 시범사업 내용을 의료법이 허용하는 수준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불법 원격의료행위에 대한 검찰고발을 비롯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br>

박홍준 의협 원격의료대응 TF 위원장(사진·서울시의사회장)은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오늘 서천군이 멀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달려왔다”며 “의협은 서천군이 불법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모든 공중보건의사들이 당국의 불법 의료행위에 동원되는 일이 없이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 문제를 주시하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문 충남의사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서천군에 “의료법을 위반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공중보건의사를 범법자로 만드는 시범사업 강제동원과 ‘갑질’행정을 즉각 시정하라”며 “진정으로 의료취약지 지역주민을 위해 절실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여 이동지원서비스 방안을 마련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시위가 끝난 뒤 최대집 회장과 박홍준 위원장, 박상문 충남의사회장, 김신호 서천군의사회장은 서천군보건소의 요청으로 보건소장과 면담을 하려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보건소장이 현장에서 당초 약속했던 인원수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보건소장실까지 찾아간 의료계 대표자들과 대화를 거부해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