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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조사결과 번복한 식약처에 의료계 "안전관리 능력에 문제"
열흘 만에 조사결과 번복한 식약처에 의료계 "안전관리 능력에 문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9.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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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티딘 계열 의약품 '문제없다' 발표한지 열흘 만에 관련제품 모두 판매금지
의협 "대대적 개선과 전문성 제고 나서야"···전문성 지적한 내부고발자는 중징계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가 불과 열흘 만에 자신이 발표한 조사결과를 번복해 논란이 되면서 식약처의 안전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26일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과 전문성 제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의 '전문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의협은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를 통한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본분에 걸맞게 의약품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과 전문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며 “의약품에 대한 적극적인 불시 수거 및 검사를 통해 보다 능동적·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해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잔탁(Zantac) 등 일부 라니티딘(ranitidine) 계열에서 발암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발표 직후인 지난 16일 식약처는 잔탁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외국과는 검사 결과가 달라 큰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열흘 만인 이날 식약처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발표했다. 수입됐거나 국내에서 제조된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원료의약품(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돼 라니티딘 사용 완제의약품 269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판매·처방을 중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의협은 "식약처가 외국의 발표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 독자적·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식약처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식약처가 선제적인 검사나 능동적인 모니터링 없이 그저 외국의 발표만 가지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에만 급급한 모습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니라 식품의약품‘허가’처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내부고발로 인해 식약처로부터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은 강윤희 식약처 심사관도 일찌감치 식약처의 안일하고 무능한 심사 실태를 지적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라고 주장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외국에서 발표 후에야 ‘뒷북’ 반복, 발사르탄 사태와 똑같아
의약품 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과 전문성 제고 ‘시급’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 및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잔탁 등 일부 라니티딘(ranitidine) 계열에서 발암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하여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라니티딘은 위염 등 소화기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NDMA는 지난 해 발사르탄 계열 혈압약에서도 검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는 지난 9월 16일 잔탁(Zantac) 제품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국과는 검사결과가 다르며 큰 우려가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 식약처는 스스로 이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발표했다. 수입 또는 국내 제조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전수 조사 결과 원료의약품(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하여 검출되어, 라니티딘 사용 완제의약품 269품목 잠정 제조∙수입∙판매 및 처방 중지한다는 것이다.

의약품 성분과 관련된 위협을 외국의 전문기관이 먼저 인지하고 식약처가 뒤이어 외국의 자료에 따라 국내에서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가 지난해 있었던 ‘발사르탄 사태’와 유사하다. 식약처는 핵심전략으로 ‘의약품 원료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 16일 식약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결론적으로 외국에서 발표해서 알게 되었고, 그 원인 역시 외국에서 조사 중이며, 잔탁만 수거검사 한 이유는 외국에서 주로 잔탁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외국의 발표를 확인하는 것 외에 우리나라 식약처가 독자적,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들은 식약처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았다. 유해 성분이 국내 조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식약처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 선제적인 검사, 능동적인 모니터링 없이 그저 외국의 발표만 가지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에 급급한 모습에 차라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니라 식품의약품‘허가’처라고 부르라며 서류에 의존하는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관리를 꼬집다가 부당하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강윤희 심사관의 절규가 겹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식약처가 이를 스스로 뒤집었다.

대한의사협회는 라니티딘의 안정성에 관련한 현 사태와 식약처의 조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하나,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여 판매가 중지된 라니티딘에 대한 재처방 및 재조제 1회에 한하여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키로 하였다. 이는 전적으로 국민의 편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다.

하나,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를 통한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본분에 걸맞게 의약품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과 전문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 의약품에 대한 적극적인 불시 수거 및 검사를 통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하나, 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의 안전성 문제와 식약처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의사와 환자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오해와 불만, 불안감을 해소시켜야할 책임은 의사가 아닌 식약처와 제약사에 있다. 지난 발사르탄 사태에서도 의사들이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혼란을 잠재우는 동안, 식약처와 제약사는 뒤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었다. 이러한 상황은 매우 부당한 것으로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로 하여금 본 사태의 원인이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 관리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불만사항과 진료비 및 약제비 관련한 민원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직접 책임을 지도록 안내할 것이다.

내부의 문제를 지적한 양심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오히려 중징계했던 식약처는 문제가 터지자 다시 전문가 단체를 찾아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강 심사관의 중징계 건과 관련하여 선언하였듯이, 대한의사협회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식약처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가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살을 깎는 대대적인 혁신의 조치에 나설 것을 분명히 요구한다.

 

2019. 9. 26.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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