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마이동풍' 행보···징계수위 조정보다 법정분쟁 대비 차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 부터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은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심사관이 25일 재심의를 요청했다.
강 심사관은 26일 본지를 통해 "식약처 측에 내부 재심의를 청구했다"며 "이번 인사위원회에는 직접 참석해 적극 의견 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심사관 징계에 대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식약처가 이를 흘려듣는 '마이동풍(馬耳東風)'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의료계에선 재심의를 거치더라도 '3개월 정직' 중징계 처분이 철회되거나 징계 수위가 하향조정될 여지는 적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강 심사관의 이번 재심 신청이 내부적으로 징계가 번복되길 기대해서라기 보다는, 노동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중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강 심사관에 대한 징계가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이같은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식약처와의 협력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24일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이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강 심사관에 대한 징계 처분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식약처 측은 강 심사관의 의견 제시에 충분히 귀를 기울였으며 우선순위를 정해 제도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약품 임상 심사 및 허가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며 의사인력 충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심사관이 재심을 신청함에 따라 7일 이내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재차 열리고 강 심사관에 대한 징계 수위가 다시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식약처 측은 지난 16일 인사위에 강 심사관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강 심사관도 이번 재심에는 직접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식약처가 처음과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강 심사관이 굳이 재심을 신청한 것은 강 심사관의 향후 행보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재심의 요청은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제소 및 행정소송 등을 준비 중인 강 심사관의 입장에서 향후 이어질 수 있는 법정 분쟁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반론 절차를 최대한 활용하고 소명의 기회를 갖는 것이 이후 공방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윤희 심사관은 "인사위원회가 열리더라도 기존 내부 규정이 변하거나 식약처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특히 인사위 절차 자체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최대한 소명의 기회를 갖는 것이 나중에 무엇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심사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강 심사관의 의견이 내부적으로 반영이 됐고, 의사인력 충원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서경원 의약품심사부장의 견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강 심사관은 "내 의견이 반영돼 내부 제도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며 "의사인력 충원 부분도 원래 정원을 기존 18명에서 2명을 늘려 20명을 뽑는 것이 대폭 확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올해도 현재까지 단 한 번밖에 채용공고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