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볼모된 '공보의'··· 의료계, 지자체 '으름장'에 "좌시하지 않겠다"
원격의료 볼모된 '공보의'··· 의료계, 지자체 '으름장'에 "좌시하지 않겠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9.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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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 국가공무원법 거론하며 공보의에 원격의료사업 참여 강요
의협, 26일 서천군청서 규탄대회···매뉴얼 배포, 실태조사에도 착수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원격의료 추진을 강행하면서 애꿎은 공중보건의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분상 보건소 소속으로 지자체장의 지휘를 받는 보건의들이 지자체장의 지시에 따라 법적인 논란의 소지가 있는 원격의료 사업에 참여했다가 자칫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충남 서천군은 최근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상 명령 복종 의무'를 내세워 공중보건의사에게 공문을 보내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참여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천군수의 직인이 찍힌 이 문서는 '서면 경고장'이란 제목으로 서두에서 공중보건의의 '복종의 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 해당 공중보건의사가 서천군 의사협회와 연대해 의료법 위반 등의 이유를 들며 서천군이 추진 중인 원격의료 사업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복종의 의무' 위반으로 앞으로도 업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응분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의사로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공보의를 지자체가 '공무원법'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지자체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해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밀어붙이기 위해 애꿎은 공보의를 볼모로 삼는 비겁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공보의에게 직권을 가진 지자체가 향후 법적인 책임을 질 우려가 있는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원격의료 TF 위원장(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원격의료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법·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일방적·강압적으로 시범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기본적으로 진료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구나 원격진료라 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으려면 원격의료 의사와 현지 의사 간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관련해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이번 조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26일 오후 3시에 서천군청 앞에서 '서천군 원격의료 시범사업 및 공중보건의사 강제동원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서천군보건소에 의료계 입장을 담은 항의서한을 보내 부당행정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의협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공중보건의들과 공조해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원격의료 TF팀에서 제작한 ‘원격의료 사업의 문제점과 유의점’ 요약집을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배포해 공보의들이 비슷한 사례에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국가공무원법이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의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강압적으로 사업 참여를 강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건강이 원격의료에서 우선시돼야 하는데, 정부가 어떤 의도로 원격의료 제도를 시행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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