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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화되면 대형병원에 몰릴 줄 알았는데···수면다원검사, 어디서 받았나 봤더니
급여화되면 대형병원에 몰릴 줄 알았는데···수면다원검사, 어디서 받았나 봤더니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9.1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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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환자쏠림 없어···일부 수면장애 질환만 급여화, 개원가 높은 경쟁력도 영향
급여화 이후 수면기사 수요 증가···최저임금 여파 등과 겹쳐 인력 유출 또다른 과제로

수면다원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후 동네의원의에서 시행 횟수가 크게 증가해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수면장애 질환 항목에만 급여가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수면장애의 경우 대학병원보다 오히려 개원가에 특화된 인력과 시설이 몰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활용해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적용대상자가 ‘수면장애’ 질환으로 요양기관을 이용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장애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정하는 검사로 수면 시 뇌파, 안구운동, 근육의 움직임, 호흡, 코골이, 수면 중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수면다원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급여화 이전엔 약 100만 원 정도였던 관행수가가 의원급 의료기관은 57만 8734원, 상급종합병원은 71만 7643원으로 책정됐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종별에 관계없이 20%로 정해졌다.

이처럼 급여화로 인해 환자 입장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나 동네의원이나 검사 비용 차이가 거의 없어져 수면다원검사의 수요가 대폭 증가함과 동시에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쏠림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급여화가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려했던 ‘대형병원 쏠림’은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수면장애’질환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약 57만 명으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1.1% 수준이다. 

지난해 수면장애 환자의 78.5%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특히 보험급여 적용 후 9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3월 수면장애 환자 중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비율을 살펴보면, 종합병원이 7.2%로 가장 높았지만 증가율은 보험급여 적용 직후보다 0.4%p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환자 비율은 이전보다 2%p 오른 3.3%를 기록했다. 의원급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비율이 훨씬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애초 전망됐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한수면학회 홍일희 감사(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 서울수면클리닉 원장)는 우선 수면장애의 경우 대학병원보다 개원가에 오히려 전문화된 인력과 시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사는 “수면장애의 경우 대학병원보다 개원가에 전문화된 인력과 클리닉, 시설과 장비 등이 더 잘 갖춰져 있다”며 “또 하룻밤 자면서 진행해야 하는 수면다원검사 특성상 급여가 적용된다 해도 대학병원에서 검사실을 확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원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 총 건수가 예상보다 증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되는 경우는 코골이, 무호흡증, 수면호흡장애, 기면증 중 밤잠장애에 한정되고 나머지 기면증 중 낮잠장애, 하지불안증후군, 이갈이, 잠꼬대 등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여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수면장애 환자들이 급여화되는 질환을 앓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있어 의료계에서는 "급여 항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서는 수면다원검사 급여화에 따른 수면기사들의 인건비 증가와 수면기사 교육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부재에 따른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홍 감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만도 지난 달에만 4명의 수면기사가 대학병원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홍 감사는 “수요 증가와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인해 수면기사들의 급여가 건강보험 적용 이전에 비해 2배나 높아졌다”며 "급여화만 됐을 뿐 수면기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양성 시스템이 없으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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