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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사 10월호 낭만닥터 인터뷰(김무연 지에스안과의원 원장)
서울의사 10월호 낭만닥터 인터뷰(김무연 지에스안과의원 원장)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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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창구를 통해
삶의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김무연 지에스안과의원 원장


 
어떤 변수에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예상한 과정대로 모든 환자에게 최적의 결과를 선물하는 것. 16년 차 안과의사 김무연 원장의 진료철칙이다. 무거운 책임감과 긴장감으로 하루를 채우는 그이지만, 다양한 창구를 통해 삶의 균형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환자와의 소통을 늘리고, 나아가 의사로서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려 한다. 김 원장의 삶을 들여다봤다.

 


“아직 새내기 유튜버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스마트폰의 보급과 확산으로 유튜브의 파급력은 매우 커졌다. 특히 요즘에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구독자와 소통하는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를 막론하고 유튜브 도전에 나섰다. 특히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인, 연예인, 전문직 종사자들도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평소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프로페셔널한 이미지가 강했던 전문직 종사자들의 친숙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꽤 반가운 일이다.
김무연 원장은 얼마 전 조심스럽게 유튜브 채널의 문을 열었다. 그가 조심스러웠던 이유는 자칫 이러한 노출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이기 때문일 터.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켜온 신념, 가치, 철학 등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나아가자는 다짐과 함께 3개월째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직 새내기입니다. (웃음) 시작하기 전 유튜브 채널을 오랫동안 잘 해오셨던 의사 선배님들의 영상도 많이 보고, 만나 뵙기도 했어요. 몇 개의 영상을 올리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게 많아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환자들과의 피드백을 위해서였어요.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떻게 해야 전달력 있는 답변을 드릴 수 있을까… 아직 초반인 지금 시점에서는 반성할 점이 더 많아요.”
김 원장은 ‘평소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이 익숙하다 보니, 채널을 통해서도 정보를 일방적으로 쏟아내게 되더라’며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의사들은 환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설명을 길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러한 직업적 특징은 영상매체에 있어 흥미를 낮춘다고 지적했다. 
“문득 ‘내가 또 강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유튜브 채널은 영상 업로드 후에 반응이 오잖아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 보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쉽지 않지만 아직은 연습하고 경험하는 단계니까요. 여러 시도를 통해 환자들의 궁금증을 재밌고 유익하게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김 원장은 소통의 핵심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이에 향후 실제로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공감의 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피드백을 받아보니, 환자들은 진료실 밖에서의 의사의 일상을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또 ‘학교 다닐 때 몇 등했어요?’, ‘술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도 많고요. 앞으로는 환자들이 재미를 느끼게끔 동적인 요소도 가미하고 더욱 친근한 이야기로 다가갈 테니, 기대해주세요. (웃음)”


“미술은 즐기는 매개체,
독서는 안정과 집중을 위한 매개체입니다”

안과의사이기 때문일까. 김 원장은 ‘보는 것’을 통해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에게 미술은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매개체이며, 독서는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매개체다. 특히 GS안과의원 곳곳에 전시된 그림들과 과거 온라인 미술 잡지 <VOEF>를 창간, 2년 동안 발행한 전적은 미술에 대한 그의 애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VOEF>는 애착으로 만든 잡지였어요. 먹방이나 맛집 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전부터 뉴욕의 가장 핫한 레스토랑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고, 가능성 있는 갤러리와 작가들을 소개하기도 했죠. 굉장히 재밌고 즐겁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한 권의 잡지를 혼자 꾸려나가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따랐다. 또한 잡지가 발행되기 전까지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좋아했던 미술은 점점 숙제로 느껴졌다. 결국 2년이라는 긴 시간 공들였던 잡지를 손에서 놓고, 직접 붓을 잡기 시작했다.
“미술을 미술로써 즐기고 싶었어요. 직접 그림을 그린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사실 그림을 모으고 감상하는 걸 좋아하고 해온 것이지, 그림을 그린 건 고등학교 이후로 없었거든요.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 시간에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즐겁게 그리고 있습니다.”
미대 다니는 조카의 화구를 빌려 시작한 그림이 이제 김 원장에겐 큰 즐거움이 됐다. 몇 시간 정도 열심히 그리리다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된단다. 직접 그린 그림은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픽’ 하는 안목만큼은 전문가 수준인 김 원장은 <서울의사> 독자들에게 이이남, 허수빈, 김나희 작가의 작품을 추천했다.
“미술을 통해 힐링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안정시킬 때는 재미없고 두꺼운 책을 펼쳐놓곤 이해하려고 애써요. (웃음) 보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돼요. 존경하는 대선배님이 있는데, 그분은 <대망>이나 <삼국지> 같은 책의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인물의 이름을 다 외우고 계세요. 예전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 충분히 이해돼요. 그분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읽으셨기 때문 아닐까. 내용을 다 외울 만큼 고민과 책임감을 느낄 때가 많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대선배의 천재적인 암기력을 대단하게만 생각했다는 김 원장. 지금은 존경하는 대선배의 마음에 공감하며 책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집중력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의사 동료들도 자신만의 방법 찾아 삶의 여유와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더욱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이며….


“내 모든 걸 변화시킨 의사라는 직업…
늘 옳은 판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 원장이 안과를 택한 이유는 ‘앉아서 수술하고 싶어서’다. 예상치 못한 단순한 이유에 살짝 웃음이 터진다. 외과의사의 꿈을 키웠던 인턴 시절, 하루종일 병원 안을 뛰어다니며 고된 수술방을 경험하던 찰나 ‘앉아서 수술하는 안과’가 부러웠다고 그는 회상한다.
“제가 다닌 학교가 안과로 유명하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안과가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잘 몰랐어요. 교수님은 물론 어시스트까지 앉아서 수술하는 모습이 부러워서 안과를 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웬걸, 안과의사는 과 특성상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몰랐네요. (웃음)”
이제는 베테랑 안과의사가 된 김 원장.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숱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을 검열하고, 수련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떤 변수에도 모든 환자에게 최적의 결과를 안겨줘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수술은 뜻대로 원활하게 안 풀릴 수도 있어요. 원치 않는 변수가 생겼을 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처리하고, 예상한 시간에 수술을 정확히 마쳤을 때. 예상한 결과대로 나올 때 가장 즐거워요.”
김 원장은 ‘의사는 기본적으로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하지 않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첨언한다. 골프로 비유하자면 공을 멀리 보내는 드라이버샷보다 한 타, 한 타 실수 없는 정확한 샷을 치는 것이다.
“의사가 되고 저 자신이 변했어요. 직업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있기에 취향, 성향 등이 바뀐 거죠.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낙천적이고 쾌활했던 너 맞냐’고 물어요. 성인이 되고 만난 사람들은 절 ‘트리플A형’이라고도 생각하죠. (웃음) 그래도 다음 환자에게 피해가 생기거나, 판단이 흐려지지 않도록 직업적인 트레이닝을 잘해야죠.”
김 원장은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고민의 내용은 사뭇 진지하고 현실적이다. 바로 정년에 대한 것이다. 젊은 세대와 보다 나은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정년의 기준에는 끝없는 자기검열,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운동선수가 평균 기록에서 너무 동떨어지면 1군에서 뛸 수 없어요. 의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성장, 발전, 확대… 이런 것들을 꿈꿀 수도 있지만 현재에서 더욱 내실을 다시고 성숙하고 싶어요. 앞으로 내가 준비해야 할 많은 것들을 어떻게 대비하고 즐겁게 살까? 이 시점, 고민이 늘었지만 아들에게도 평소 자주 말하는 것처럼 오늘을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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