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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사 10월호 시인의사(김연종)
서울의사 10월호 시인의사(김연종)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9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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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김연종


살만큼 살았다고박차고 나가지만
막상 나를 떠나는 순간
온갖 멸시와 천대를 겪으며 세상에 버려지는

머리카락이 그렇고
손발톱과 대소변이그렇고
타액과 정액또한 그렇다

한때 나였다가 나의 일부였다가
가장 추한 모습으로 나를 찔러대는

뼈와 살을 내어주마더니
간까지 빼어 주겠다더니
손가락을잘라 맹세하더니

부딪치면 깨졌다
떨어져있을 땐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불빛마저도

잠깐스쳤다 사라져버린 꿈과
오래토록 나를 옭아맸던신념과
영원히 내 곁에 있으리라 믿고 싶은 사랑

내가 집이라고 굳게 믿고 들락거렸던


<프로필>

김연종
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
光州 출생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청진기 가라사대』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제3회 의사문학상 수상,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현재 김연종내과의원(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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