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공백 줄이려 타인 명의로 병원 운영한 의사···법원, 1심 뒤집고 '면허정지' 정당
이사 공백 줄이려 타인 명의로 병원 운영한 의사···법원, 1심 뒤집고 '면허정지' 정당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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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B의원 폐원시까지만 진료…정상 참작이 가능
고법 "중복개설로 인한 의료 질 저하가 더 심각" 위법 판단

# 의사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B의원이 지난 2010년쯤 건물의 재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이주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의사 C씨 명의로 맞은편 건물에 D의원을 개설‧운영했다. 

이주보상금 5500만 원과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 업무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을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D의원 개설 후 처음 3개월 동안 A씨는 새 병원에서 신경차단술, PRP(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혈소판을 분리한 뒤 농축된 혈소판을 인대‧연골 등에 주사하는 시술) 등을 시행했다. 3개월이 지났을 무렵 A씨는 B의원을 정식으로 폐업하고 이제부터 D의원을 자신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A씨가 의료기관을 중복해서 개설했다"며 3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억울하다며 의사면허 자격정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19일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는 "A씨가 의사가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33조제8항을 어겼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면허정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A씨의 개인적 사정과 면허정지로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의료기관 중복개설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 문제가 더 중하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앞서 1심 판결에서는 A씨가 이전 의료기관인 B의원을 폐원할 때까지만 다른 의사 명의로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그곳에서 일 부 진료행위를 한 것일 뿐이라고 봤다. 이중개설에 의한 의료법 위반행위의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정상 참작이 가능한 만큼, 면허정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B의원을 폐원한 후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데에 큰 장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굳이 C씨의 명의로 D의원을 미리 개설‧운영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D의원을 미리 개설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D의원에서 의료행위까지 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특히 2심법원은 A씨에게 면허를 빌려줬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C씨와의 형평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C씨는 A씨에게 면허를 빌려줘 D의원을 개설‧운영하게 했다는 혐의로 면허정지 4개월 처분을 받았다"며 "A씨의 경우도 면허취소 처분이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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