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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선언 의사에 중징계 내린 식약처, '깜깜이' 인사위원회 논란
양심선언 의사에 중징계 내린 식약처, '깜깜이' 인사위원회 논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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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16일 인사위원회서 강윤희 심사관 3개월 정직 확정
녹취‧회의록 작성 원천 봉쇄···당사자 '방어권' 박탈했단 지적
강윤희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심사관

식약처가 자사의 안전관리 불감증을 내부고발한 강윤희 임상심사관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강 심사관의 '방어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등 불투명한 방식으로 징계를 밀어붙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지난 16일 강윤희 심사관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강 심사관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고 이튿날인 17일 오후 당사자에게 이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식약처는 강 심사관이 인사위원회에서 녹취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인사위원회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징계와 관련된 내용을 원칙적으로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는 등 징계 과정을 '깜깜이'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심사관은 본지에 "부당한 징계를 받게 될 경우 소송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녹취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녹취와 더불어 회의록에 주요 안건 정도를 제외한 어떤 자세한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식약처에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본래 인사위원회는 녹취 및 구체적인 회의 내용을 회의록에 기록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강 심사관이 주장하는 내용이 충분히 수렴돼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강 의원은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결국 인사위원회는 강 의원이 없는 상태에서 징계를 확정됐다. 강 심사관은 "이미 자신들이 내려놓은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위원회에 참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식약처의 행동은 그동안 진행됐던 조사과정에 비춰볼 때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심사관은 "앞서 4차례 감사를 받을 때도 녹취를 모두 했고 자신이 소명한 내용과 감사 기록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징계여부가 결정되는 인사위 회의 내용만 녹취하지 못하는 것은 징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식약처가 징계 내용을 외부에 밝히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강 심사관은 "2~3년 전에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이 외부강의료와 출장비를 이중으로 받은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최근에도 음주운전, 성추행 등 징계 대상이 있었는데 그 결과를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식약처의 '깜깜이' 행정은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당사자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며 외부 발설 금지 조항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결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녹취 및 회의록 부분은 내부규정에 못 박혀 있다면 (당장) 법적으로 문제될 수 없으나 인사위원회 자체가 문제를 투명하게 바라보고 공정하게 해결하자는 취지임을 감안하면 분명히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원회 회의 내용을 외부로 발설할 수 없도록 한 부분은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식약처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징계 사실을 외부에 알린 데 대해선 법적으로 문제삼기 힘들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외부 발설 금지에 대한 불이익이 (식약처 내부) 규정에 정해져 있다고 해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발설하는 정도를 가지고 문제삼기는 힘들다"며 "실제 재판에 가보면 그로 인해 손해배상 등을 판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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