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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느는데 주춤한 금연 열기···전자담배 때문?
예산은 느는데 주춤한 금연 열기···전자담배 때문?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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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클리닉 예산은 느는데, 6개월 금연성공률은 4년 연속 하락
보건소 위주 금연클리닉 재편···'동네 의원 참여 확대' 대안 부상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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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관련 예산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금연성공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현 금연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시‧도‧시군구별 금연성공률’ 자료에 따르면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1인당 예산은 2015년 최고를 기점으로 2016년에 대폭 감소한 뒤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연도별 보건소 산하 금연클리닉의 1인당 예산도 지난 2015년 6만9429원으로 가장 많았다가, 그 뒤로 지난 2016년 5만2881원, 2017년 5만6448원, 작년엔 6만4734원을 기록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연도별 등록자수 기준 '6개월 금연성공률'을 살펴보면 4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클리닉 1인당 예산이 가장 많았던 2015년 6개월 금연성공률은 43.5%로 가장 높았지만 이후 2016년(40.1%)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38.4%)과 2018년(35.0%)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공률이 감소한 것이다.   

◆보건소 주도 금연클리닉, 동기부여·전문성 부족 지적

예산이 더 많이 투입되는데도 금연 성공률이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지목되는 원인으로는 최근 2~3년새 급격히 소비가 증가한 소위 궐련형 전자담배 확산을 들 수 있다. A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는 풍문이 돌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금연성공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 주도의 현 금연 정책이 금연에 대해 충분한 동기부여를 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는 금연교육, CO측정, 금연 성공 기념품 지급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금연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견해다.

시군구별 보건소 중 가장 낮은 금연성공률(9.2%)을 기록한 이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상담이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면 스스로 금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금연 성공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 금연클리닉 사업 내에서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령대에 따라 맞춤형 금연 상담 및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상대적으로 흡연 기간이 긴 노령 층이 젊은 층에 비해 금연이 힘들기 때문에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연클리닉 사업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2년 사이에 금연클리닉 담당자가 바뀌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보건소 금연클리닉 사업을 담당해야 할 실무 책임자가 사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B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7월 인사이동이 있어 현재 보건소 금연클리닉 담당자들이 거의 바뀐 상태”라며 “1~2년 사이에 담당자들이 계속 바뀌고 있어 업무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도 15일 “비효율적인 금연사업을 계속할 게 아니라 보건소 금연클리닉 사업 평가를 통해 전면적인 사업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들 참여 높일 수 있는 방안 필요

주춤한 금연 열기를 다시 확산시키기 위해선 현재 보건소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금연클리닉 사업에 동네 의원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쩌다 들르는 보건소보다 동네 의사가 금연에 개입할 경우 금연 성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네 의원을 통해서도 금연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홍보가 덜 된 실정이다. 현재 동네 의원을 찾은 금연치료자들은 상담과 금연 패치 등의 보조제, 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 1년에 3회 등록이 가능하고 총 6차 외래방문, 총 84일의 약물처방을 받을 수 있고 이때 1, 2차 방문 시 20%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며 3회 차부터는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의사들 입장에서 금연치료에 참여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서울시금연협의체 위원인 장영민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는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금연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금연치료를 받고자 하는 국민은 참여 의료기관이 많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즉, 금연치료를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늘리는 것이 금연치료를 받는 환자를 늘릴 수 있는 선행조건이라는 뜻이다. 장 보험이사는 “의사들 입장에서 봤을 때, 금연치료 처방 방법의 불편함과 낮은 수가로 인해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객관적으로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금연 성공률도 높은 만큼, 의사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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