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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우 前 대전협 회장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이 가장 뿌듯"
[인터뷰] 이승우 前 대전협 회장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이 가장 뿌듯"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1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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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이임식···"전공의란 이유로 과로 당연시, 수련환경 개선에 힘쓸 것"

이승우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은 최근 몇 달간 역류성 후두염과 성대결절로 고생했다. 대전협 회장으로서 올해 유독 전공의 관련 이슈가 많다 보니 정작 본인 몸을 돌볼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7일 대전협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 전 회장은 "힘들기도 했지만 뿌듯함도 크다"며 "비록 일반 전공의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앞으로도 전공의들을 위한 제대로 된 수련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전공의 입장에서 본 의료계의 가장 큰 과제로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신형록 전공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회장은 "전공의라는 이유로 과로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성실하게 일하다가 죽은 젊은 청년 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뼈저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故) 윤한덕 센터장의 죽음을 계기로 응급의료센터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긴 했지만 신형록 전공의 사망사건은 전공의법 시행 후에도 전공의들이 여전히 열악한 근무 환경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윤 센터장의 사례에 비해 신형록 전공의 사례는 전공의라는 신분 탓에 많은 전공의들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 전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제2, 제3의 신형록 전공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전 회장이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신임 박지현 회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승우 전 회장이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신임 박지현 회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신 전공의 사망 이후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대전협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정신적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느낀다'고 답한 전공의가 전체 응답자의 92.9%로 집계됐다. 또 '육체적 피로감을 자주 또는 항상 느낀다'고 답한 전공의는 94.7%에 달했다.

사망한 신 전공의 또한 병원측은 애초 주당 80시간까지만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1주일에 11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대 연속 수련시간이 59시간(12일 오전 7시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에 달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지난 2017년 12월부터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 병원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전공의들에게 추가 근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전 회장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장되지도 않는 휴식시간을 교묘하게 끼워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대전협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신 전공의에 대한 업무상 과로사를 인정받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최초 부겸 결과에서 사인(死因)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산재 인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 전 회장을 필두로 한 대전협은 인천 노동복지합동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결국 산재승인을 받아냈다.

그는 "신 전공의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뭉클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임기 마지막에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 것 같아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전 회장은 끝으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신 전공의와 같이 최소한의 근무환경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1만5000명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혼자 힘으로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을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가장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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