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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오페라 세리아 (리날도) 헨델작품번호 7a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오페라 세리아 (리날도) 헨델작품번호 7a
  • 오재원
  • 승인 2019.09.1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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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85)

■ 18세기 기독교와 이슬람, 두 세계 마법사의 대결
헨델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첫 오페라 작곡을 시작한 후 메디치 가문의 초청으로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를 여행하면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운동을 전개했다. 오페라 세리아 <리날도>는 영국에서 헨델이 이탈리아어로 공연한 첫 작품으로 전형적인 나폴리 오페라 양식을 따르고 있다. 초기 오페라의 중심지는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이후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 정가극)는 나폴리에서 찬란히 꽃을 피웠다. 남녀 두 쌍, 관계가 서로 얽히는 것을 기본 구도로 화려한 무대효과와 함께 과장된 의상과 장식 등은 나폴리 오페라의 특징이었다. 오페라의 대본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시인 토르콰토 타소(Torquato Tasso)가 1575년에 쓴 ‘해방된 예루살렘(La Gerusalemme liberata)’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대본은 영국 극작가 애런 힐(Aaron Hill)이 썼으며, 이탈리아어로는 자코모 로시가 번역해 공연하였다. 애런 힐의 목표는 십자군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리날도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는 18세기 초 영국사회가 지향했던 사랑과 사회적 의무를 조화시킨 귀족 남성상의 모범으로 공주에 대한 사랑이 용맹의 동기가 되어 나약함과 오류를 극복하고 전투에 승리해 사랑을 쟁취한 인물이다.

1711년 2월 영국 런던 헤이마켓 왕립극장에서의 초연은 대단한 성황을 이뤘다. 당대의 유명 카스트라토인 니콜리니가 주인공을 맡는 등 초호화 캐스팅과 성악적인 기교를 최대한 살려주는 아름다운 아리아들, 조명과 불꽃이 만들어내는 천둥과 번개 등의 특수효과가 관객을 매혹시켰다. 헨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1731년 대대적인 수정을 가해 개정판을 만들었다. 초연 때 알토 여성가수에게 맡겼던 고프레도 역이 개정판에서는 테너로 바뀌었다. 당시 관중은 남성가수가 여성 역을 노래하거나 여성가수가 남성 역을 노래하는 것을 전혀 어색하게 여기지 않았다. 헨델 오페라의 아리아들은 A-B-A 형식으로 멜로디가 반복하면서 원래의 선율보다 장식음이 훨씬 현란하고 더욱 기교적으로 묘사되는 ‘다 카포(da capo)’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관객에게 쉽고 매력적으로 각인되면서 느리고 서정적인 아리아와 빠르고 격정적인 아리아들이 쉴 새 없이 교차하였다.

△제1막 1099년 십자군사령관 고프레도는 이슬람에게 넘어간 예루살렘을 포위한 채 장군 리날도를 격려한다. 딸 알미레나와 리날도가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는 고프레도는 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면 그를 사위로 삼겠다고 약속한다. 알미레나가 이기고 돌아오라며 그를 격려하자 리날도는 ‘사랑을 당장 이룰 수 없음은 괴로운 일’을 노래하며 돌아올 것을 다짐한다. 한편 예루살렘에 있던 사라센 왕 아르간테는 전세가 불리하다고 느껴 3일간의 휴전을 제안하고 고프레도도 이에 동의한다. 그때 아르간테의 연인인 이슬람세계 마법사 아르미다가 나타나 리날도를 패배시킬 궁리를 한다.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리날도와 알미레나는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르미다가 나타나 마법을 발휘해 알미레나를 납치하면서 리날도를 유인하려 한다. 고프레도와 동생 에우스타치오는 기독교 세계 마법사가 도와줄 것이라며 리날도를 위로하자 ‘바람이여, 회오리여, 우리를 도와다오’라고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제2막 고프레도와 에우스타치오, 리날도 일행은 배를 타고 기독교 마법사를 찾아가는데 바다의 요정 사이렌들이 그들을 유혹하자 리날도는 알미레나를 구하러 간다며 사이렌들의 배를 타고 떠난다. 마법사 아르미다의 성에서는 아르간테 왕이 인질로 잡혀온 알미레나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알미레나는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도 아니면서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차라리 내 잔혹한 운명을 탄식하며 울게 내버려 두세요” 라며 그를 거부한다. 알미레나의 이 아리아는 영화 <파리넬리>에 등장한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로 유명하다. 독백조로 경건한 기도처럼 들리지만 가사를 보면, 말로는 사랑한다면서도 아르미다가 무서워 도와주지 못하는 아르간테 왕에게 알미레나가 짜증내는 노래이다. 한편 아르미다 역시 사이렌의 배를 타고 온 리날도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리는데 리날도가 그녀를 거부하자 아르미다는 알미레나로 변신해 유혹해보지만 리날도는 끝까지 자신을 지킨다. 오히려 알미레나로 변신한 아르미다를 몰라보고 아르간테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 이슬람 연인들의 관계는 갑자기 냉랭해진다.

△제3막 리날도 없이 기독교 마법사를 찾아간 고프레도와 에우스타치오는 아르미다의 주술을 깰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를 얻어 아르미다의 성으로 간다. 한편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힌 아르미다는 알미레나를 죽이려 하자 리날도가 이를 가로막는다. 고프레도와 에우스타치오는 지팡이를 앞세우고 아르미다의 성에 들어와 알미레나와 리날도를 구한다. 알미레나와 리날도에게 각각 마음을 빼앗겨 사이가 나빠졌던 아르간테와 아르미다는 다시 화해하고 결전을 준비한다. 결국 전투는 리날도와 알미레나의 기독교 승리로 끝나고 고프레도의 승인을 받아 결혼한다. 전투에서 패해 예루살렘을 빼앗긴 아르미다와 아르간테는 기독교로 개종하며 막을 내린다.

■ 들을만한 음반  △데이비드 대니얼스(리날도), 체칠리아 바르톨리(알미레나), 베르나르다 핑크(고프레도), 크리스토프 호그우드(지휘),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Decca, 1999) △비비카 주노(리날도), 미아 페르손(알미레나), 로렌스 차초(고프레도), 르네 야콥스(지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Harmonia mundi, 2002) △킴벌리 바버(리날도),로라 왈렌(알미레나), 마리온 뉴먼(고프레도), 케빈 말론(지휘), 아리디아 앙상블(Naxo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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