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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진료거부권도 없는데" 반발, 의협 "취지 공감하나 실효성 의문 "
병협 "진료거부권도 없는데" 반발, 의협 "취지 공감하나 실효성 의문 "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9.0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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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우리나라 특유의 대형병원 쏠림현상 타파 의지 담겨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중증도’에 초점을 맞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이 의료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대책을 두고 의료계에선 우리나라 특유의 무분별한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타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의료기관 종별 기능을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아프면 가장 먼저 동네 병·의원을 찾고 이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공식 명칭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서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원래 중증진료와 연구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진료를 했을 경우 종전에 지급하던 30% 가산율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당장 눈앞의 수익 감소가 우려되는 상급종합병원들 입장에서 '악' 소리가 나오는 조치다.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동네의원과 중소병원들은 이번 대책이 각급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상급종합병원 제4기(2021년~2023년) 지정기준에서 중증환자 비중(입원환자 기준)이 기존 21%에서 30%로 대폭 상향됐다. 또 중증환자를 더 많이 진료할수록 추가 가산수가를 더 줘 최대 44%까지 지급키로 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입원과 진료비율을 낮추기 위해 경증환자를 진료했을 경우 현재 지급하는 30%의 종별가산율과 100개 경증질환에 대한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아예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뢰·회송 시스템을 적극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직접 진료를 통해 의사가 의뢰한 경우에만 이후 상급종합병원 진료 시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처럼 환자가 종이로 된 진료의뢰서를 받아가는 경우에는 당분간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해 치료받도록 하다 결국엔 이마저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서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하고 이후 상태가 악화되면 다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의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의원 간에 다른 전문과목에 의뢰해 이송하는 방안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수가를 시범적용하고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수도권 진료 의뢰 시의 수가도 차등화한다.

이외에도 현행 전문병원 제도를 적극 활성화함으로써,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굳이 찾지 않더라도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 지역 내 (가칭) 지역 우수병원을 지정·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역 의원급 만성질환 관리사업·교육 상담 시범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의원급 방문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에 병원계는 당혹감을 나타내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는 5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법상 병원의 진료거부권이 없는 상황에서 경증환자를 진료했다고 종별가산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중단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으로 인한 환자쏠림 문제를 상급종합병원에 전가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병원협은 “이에 앞서 복지부는 의료이용패턴의 변화를 유도하고 종별 규모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중소 병·의원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부 취지에는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의협은 6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이라도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고무적이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문재인 케어’ 등 잘못된 정책으로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유도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원죄를 씌우면 안된다”고 일침했다.

특히 “의뢰회송시스템의 확대는 환자 개인정보의 공개, 정보의 중앙집적화, 지적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구체적인 실손보험-건강보험 연계 방안도 아직까지 없다”며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의협 등 전문가 단체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 관련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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