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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민' 이름 뒤에 숨은 서울교통공사, 시민 안전은 '나몰라라'
[칼럼] '시민' 이름 뒤에 숨은 서울교통공사, 시민 안전은 '나몰라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9.06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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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로 서로 전화기를 떠넘기려고 웅성대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전화를 받은 직원은 기자가 그토록 통화를 원했던 담당자였다. 이 통화에 앞서 기자는 이 직원과 통화하기 위해 15통이 넘는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기자는 서울시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지하철 역사에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 입점을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 취재 중이었다. 앞서 지난 7월 서울시가 지하철 역사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데 대해 복지부가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당사자인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담당 부서에 연락하자 모두 담당자와 통화하라며 전화를 끊기 바빴고, 수소문 끝에 겨우 알아낸 담당자는 정작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서 총 관리자와 연락이 닿았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시민을 위한 일이다. 유권해석은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막연히 "시민(市民)'이 원하는 일"이라는 핑계를 대며 정부 기관의 해석쯤은 무시하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권고를 그렇게 가볍게 무시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최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국토교통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지하철 역사내 의료기관 개설 문제에 대해 내린 유권해석은 '건축물 대장이 존재하는 건축물에 대해서만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입점을 원하는 지하철 역사가 건물대상 등재가 적절하게 된 건축물(건축물 대장이 존재한다면)이라면 법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철도 역사 내 의원 및 약국 영업 점포의 건축물대장을 모두 생성해 총 11개 의원과 약국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총 114개 역사 중 건축물대장이 없는 역사가 53개였으나 49개 역사에 대해 건축물대장 생성을 완료해 의원 및 약국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유독 서울 지하철에서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지하철은 한국철도공사나 부산도시철도 역사와 달리 지어진 지 오래됐고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지하 공간이 많다. 이 때문에 현행 건축법상 이런 지하 공간에 건축물을 만들 때는 화재 등에 대비해 피난, 대피 공간 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역사가 오래된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의 경우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건축물 대장 생성이 어려운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 기관들의 유권해석은 국민, 아니 서울교통공사가 중시하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피난, 대피 공간 등을 먼저 마련한 뒤 의료기관 입점을 추진하라는 취지다. 

서울교통공사에 묻고 싶다. 이처럼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는 취지에서 내려진 복지부 등의 유권해석이 정말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실제로는 수익(收益)을 좇으면서 겉으로만 '시민이 원하는 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 뒤에 숨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긴 그렇게 당당하다면 굳이 기자의 전화를 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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