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국가검진 도입···전문가들 "아직은 시기상조"
‘대장내시경’ 국가검진 도입···전문가들 "아직은 시기상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9.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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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내시경학회 "현행 분변잠혈검사 대비 큰 효용 없어"
분변잠혈 검사 양성에 대한 내시경 수검률 제고가 급선무

정부가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대장내시경 검사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정작 이 분야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놔 주목된다. 

지난 2004년부터 국가 검진 항목에 포함돼 시행 중인 '분변잠혈 검사'와 비교해 치료나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 별다른 효용(效用)이 없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따라서 국내외에서 더 확실한 근거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분변잠혈 검사에서 양성을 보인 경우 대장내시경을 반드시 받도록 유도하는 쪽이 더 낫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경기도 고양시와 김포시에서 국가검진 1차 검진 항목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함시킨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범사업을 내년 12월까지 시행한 뒤 효과성이 입증되면 국가검진 1차 검진 항목에 정식으로 포함시켜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진윤태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장(腸)주행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 분변잠혈 검사보다 대장내시경 검사의 효과성이 더 좋은지 증명하는 데이터가 국내외 어디에서도 생성된 적이 없다"며 "1차 검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함시키는 게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심지어 분변잠혈 검사의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검사에 따른 위험성이 없는 분변잠혈 검사와 달리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 천공과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있다”며 “더구나 70~80대 고령 환자들이 대장내시경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천공이나 출혈로 인한 사망 우려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소속 고려대 안암병원 진윤태 교수(사진 左)와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김태일 교수(사진 右).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소속 고려대 안암병원 진윤태 교수(사진 左)와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김태일 교수(사진 右).

국가검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이 너무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사실 외국 사례를 찾아봐도 국가 1차 검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도입한 국가는 거의 없고 대부분 분변잠혈 검사를 한다”며 “분변잠혈 검사와 대장내시경의 효과성을 비교한 연구도 외국에선 10년 내지 15년 이상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단기간 동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고양시와 김포시에서 시행 중인 복지부 ‘대장암검사 시범사업’의 수립과 시행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한 연구 결과가 상대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의 효과성만 돋보이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분변잠혈검사의 효과성은 최소 5~10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시범사업 1~2년 만에 대장내시경 검사의 효과성 연구 결과를 도출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대장내시경의 효과만 극대화될 수 있다”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혹은 건강보험료)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장기간 연구를 통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장내시경 검사가 분변잠혈 검사에 비해 치료나 비용,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효과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차라리 분변잠혈검사 이후 양성 반응을 나타낸 환자들에 대한 대장내시경 수검율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분변잠혈 검사에선 전체 6% 정도가 양성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이 중 대장내시경을 받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국가 암검진 사업을 통해 만 50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대장내시경의 경우도 참여율이 절반도 되지 않아 일단은 '수검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진윤태 교수는 “우리나라의 분변잠혈 검사 양성 반응자에 대한 대장내시경 수검률이 36%에 그쳐 50%가 넘는 미국과 비교해도 매우 떨어지는 편”이라며 “(분변잠혈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된 이들의 수검률을 80% 이상으로 올리기만 해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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