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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걸 두번 할 필요 있나요”···전공의 93% 수련평가 '일원화' 요구
“똑같은 걸 두번 할 필요 있나요”···전공의 93% 수련평가 '일원화' 요구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3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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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전공의들, 객관적이고 일원화된 수련환경평가 실시 필요성에 공감
평가자측 “두 평가 목적 달라, 일원화 불가” 대전협 “기존 관행일 뿐” 반박

“학회에 따라서 수련실태 조사 90% 이상이 수련환경 평가와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평가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각 항목마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아 수련 환경을 평가한다고 하면 겁부터 나죠.”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전공의 수련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가 당사자인 전공의들로부터 나온 얘기다. 현재 이원화 되어있는 국내 수련 관련 평가가 평가 항목 대부분 중복되고 이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현장 전공의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수련 관련 평가는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이하 수평위)가 시행하는 ‘수련환경평가’와 각 전문과목학회에서 시행하는 ‘수련실태조사’로 구분돼 있다. 이 중 법적 근거가 있는 '공식' 평가는 수평위에서 시행하는 ‘수련환경평가’지만 전공의 입장에선 각 과목학회가 주관하는 수련실태조사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공의 93%는 평가 일원화 찬성

현 전공의 평가 방식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수련환경평가와 수련실태조사 항목 대다수가 중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수련환경평가’와 ‘수련실태조사’의 평가항목 차이를 알지 못하겠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76.34%에 달했고 두 평가를 일원화하는 방안에는 93.3%가 찬성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중복되는 평가 준비가 오히려 전공의 수련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 224명 중 91.96%가 ‘수련 관련 평가 준비가 수련에 방해가 됐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구체적 이유로는 서류 준비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84.38%), 준비로 인한 상사의 압박(59.82%), 초과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59.38%) 순 등이 꼽혔다.

전공의 A씨는 “각종 서식이나 자료, 통계 등을 온라인으로 일원화, 단순화해서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줄어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도 30일 본지를 통해 “항목마다 준비서류가 상당히 많다.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준비된 자료를 가지고 평가하는 끝이지만 매번 같은 내용을 두 번씩 준비하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 평가자측 “두 평가 목적 달라”…개선 필요성엔 ‘동감’

하지만 평가를 담당하는 측에서는 수평위와 학회 평가의 목적 자체가 달라 현재로선 일원화는 불가(不可)하다는 입장이다. 수련환경 평가의 경우, 수련병원의 최소 자격을 평가하는 합격‧불합격(Pass&Fail) 개념이지만 수련실태조사는 각 학회별로 각기 다른 특수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개념으로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법적 근거가 있는 평가가 수련환경평가이다 보니 일원화하려면 개별학회에서 진행하는 수련실태조사를 병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 경우 매년 전공의 정원안에 대한 학회의 요구 근거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련환경평가본부 관계자는 “두 가지 전공의 수련 관련 평가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양립돼 온 것으로 안다”며 “학회의 조사는 우리가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고, 단지 배점 비율에 맞춰 문항을 구성해 달라고 권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학회에 따라서 80~90%까지 평가 항목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중복 내용을 일원화하는 방향 등으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대전협 “문제 알면서 기존 관행 고치기 힘들어…관련단체 협의 시작해야”

이 같은 설명에 대해 대전협은 근본적인 문제는 ‘관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도록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누군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 공론화하지 않고 관행이 이어지다 보니 문제해결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이전에는 '병협' 주관으로 평가가 이뤄졌고 전공의법 이후 해당 평가가 수련환경 평가로 계승된 형태”라며 “당시에 병협과 학회가 나눠 평가하던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관계 단체 등과 만나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자원 소모, 비효율의 문제 등을 줄이고 교육수련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승우 회장은 “각 학회가 26개나 되기 때문에 각각의 입장을 들어주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며 “이들을 아우르는 의학회와 더불어 복지부 등이 중심이 돼 협의체를 구성, 평가의 중복 내용을 빼는 등 오래된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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