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약물 사용, "처방권 가진 의사에게 맡겨주세요"
올바른 약물 사용, "처방권 가진 의사에게 맡겨주세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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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醫·건보공단,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의사모형 시범사업’ 설명회 개최
'다제약물' 복용자 사망위험 25% 높아···공단 "처방권 가진 의사 참여 필수"

만성질환을 앓으며 매일 한 움큼씩 정확한 성분도 모른 채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올바른 약물 이용을 돕기 위해 의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회장 박홍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서울시의사회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의사모형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고 사업 내용과 표준서식 작성방법을 설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건보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통해 만 65세 이상으로 입원 없이 장기간 약물을 처방받은 약 3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 이상 약물을 동시에 처방받은 소위 '다제약물' 처방 환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각각 18%, 25%씩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바른 약물 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의료계는 서울시의사회의 이번 참여로 건보공단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올바른 약물이용 시범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사진)은 “그동안 의사회는 본 시범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공단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의사의 고유한 권한인 진료와 처방을 통해 올바른 약물이용을 유도하면 국민의 안전을 지켜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며 “회원들이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본 제도가 전국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순애 공단 건강관리실장(사진)은 “서울시의사회가 본 시범사업 취지에 부응해 선도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함께 모형을 준비해줘 감사드린다. 기존 사업 모형과 달리 의사들이 참여해 국민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직 처음이다 보니 서식도 낯설고 어렵겠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사업이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서울시의사회 산하 각 구의사회를 대표한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범사업을 통해 의사가 중심이 돼 다제약물 복용을 막고 안전한 약물이용을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김종희 공단 건강관리실 팀장(사진)이 나서 시범사업 추진 배경과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지난 4월부터 서울시의사회와 공단이 '의사모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협약을 맺고 서비스 모형 개발에 착수해 확정했고 표준서식과 서비스 절차 등을 마련해 이번에 설명회를 개최하게 됐다.

시범사업엔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에 소재한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참여하게 된다. 13개 만성질환 중 1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10가지 이상의 약 성분을 정기적으로 복용 중인 환자 약 200~300명을 선정해 올바른 약물이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의사가 내원환자 중 대상자를 선정하고 사업 내용을 설명한 후 동의서를 받는다. 이후 의사와 공단 직원(약사 또는 간호사)이 2인 1팀으로 환자의 집을 방문해 복약상태를 점검하고 건강포괄 및 약물 관련 문제 평가를 실시한 후 상담 결과는 상담기록지에, 평가 결과는 평가기록지에 각각 기입하게 된다.

의사는 기록지에 쓰인 방문 상담 결과에 따라 의사 계획서를 작성하고 중복약물 등에 대한 처방조정 등 개선 조치를 한다. 이후 처방 조정이 이루어지면 복약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복약순응도를 비교 평가해 처방 일수 등을 조정하고 대상자 만족도 조사 등을 실시하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을 앞두고 서울시의사회와 건보공단은 표준서식을 개발하는 등 긴밀히 협조해 왔다. 김종희 팀장은 “본 사업에 의사가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의사 고유 권한인) 처방권 조정이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가 있어 의사-약사 협업 모형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이에 따라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서비스 모형을 개발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올해 말까지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정하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사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표준서식과 작성방법에 대해 설명한 뒤 “처방권과 진료권 등 고유 권한을 가진 의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해결이 힘든 부분들이 있으니 의사모형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해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표준서식의 내용이 너무 많고 복잡해 작성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참석자들은 개원의들이 현실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김 이사는 “처음이라 적응이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점점 작성 시간이 줄어들 수 있고 공단 직원이 대신 작성해도 되는 서식들도 있다”면서도 “시범사업이 끝나면 평가를 실시해 참여기관들이 지적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이번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해 의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유승현 공단 서울본부 건강지원센터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서울시의사회의 도움으로 처방권과 진료권을 가진 의사와 약사가 협업하는 사업 모형을 최초로 개발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어려운 점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설명회엔 건보공단에서 실무자 외에도 급여상임이사가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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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희 공단 급여상임이사(사진)는 “본 의사-약사-공단 협업 모델에는 투약설계, 투약평가 등 의사의 고유 영역인 진료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포함됐다. 의사들이 이러한 장점을 발휘해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해줘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참석자들 중 일부는 시범사업 참여 신청서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거나 이를 챙겨 자신이 속한 구의사회로 돌아가 사업 참여를 원하는 회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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