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개소법’ 합헌···네크워크병원 개설에 제동 걸었다
‘1인1개소법’ 합헌···네크워크병원 개설에 제동 걸었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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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국내 공공의료 상황 고려···지나친 영리추구, 공공성 훼손 우려
법조계 “헌재가 합리적으로 판단…민‧형사 다 풀긴 부담스러웠을 것”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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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소위 '1인1개소법'이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위헌제청이 접수된 지 약 5년만이다. 이번 합헌 결정에 따라 의료인이 어떤 명목으로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해당 의료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오후 2시 의료법 제33조 제8항과 그 벌칙 규정인 제87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과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헌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제청(2014헌가15) 등 4개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고,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위헌소원(2016헌바380) 사건은 별개로 심리해 선고했다.

◆'의료인 2개 이상 의료기관 개설금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헌재 결정의 핵심이 된 '의료법 제33조8항'은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 조항은 지난 2011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지만 당시에는 다른 병원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석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2년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서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보다 엄격하게 개정되면서 다른 병원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일부 병원 등을 중심으로 해당 조항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단속과 처벌 강화를 통해 과잉진료 같은 불법의료 행위와 이익 극대화 행위를 막을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조항을 둔 것은 '과잉규제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해당 조항 중에 '어떤 명목으로도'라고 적시한 부분과 '운영' 부분이 추상적으로 표현됐기 때문에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번 헌법소원의 주요 논리였다.

◆ "취약한 공공의료 상황서 의료영리화 과속화 우려"

하지만 이날 헌재 결정의 핵심은 지나친 영리추구와 공공성 훼손을 막고자 하는 의료법 개정 취지를 고려했을 때, 해당 법이 과잉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내의 취약한 의료실태를 고려했을 때 1인1개소법이 사라질 경우,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타(他) 의료인에게 종속되는 등 의료영리화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를 따져봤을 때 중복 운영을 금지하는 조항이 사라질 경우 의료시장 독과점 및 의료양극화 등 공공성 훼손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과잉규제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들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국민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공익에 우선해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가치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 무엇을 뜻하는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고 법관에 의한 통상적 해석 적용에 의한 보안이 가능하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봤다.

한편 개별 심리가 이뤄졌던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대해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는 건보공단이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한 사건인데, 이미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중복 개설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진료행위라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요양급여를 환수할 수 없다"며 청구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 법조계 “헌재, 합리적 판단…민‧형사 다 풀긴 부담스러웠을 것”

법조계는 이번 사안에 대해 헌재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얼마 전 중복 개설 의료기관에 대해 민사상 환수처분이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형사적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올 경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네트워크병원 같은 중복개설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아 의료영리화를 규제하자는 기존 입법 취지에 큰 법적 오류가 없었다는 점에서 입법자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합리적 선택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29일 본지를 통해 “오늘 위헌이 결정될 경우 네트워크병원이 전면 합법화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네트워크병원장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풀어지게 되면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너무 급격한 변화인 셈이다. 헌재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그동안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환수를 통해 중복 개설 의료기관을 규제해 오던 상황에서 최근 대법원이 이를 무력화한 데 대해선 새로운 정책 마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건보공단은 네트워크병원장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적 급여환수라는 두 가지 카드로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막아왔다”며 “그러나 이번 합헌과 별개로 민사적 규제 방안이 막힌 상태에서 또 다른 규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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