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부작용에 환자 사망···法 "걸러낼 시스템 못갖춘 병원도 책임져야"
약물부작용에 환자 사망···法 "걸러낼 시스템 못갖춘 병원도 책임져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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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클로페낙 부작용 환자에 해당 약물 처방···뒤늦게 안 환자, 결국 사망
청주지법, "운영시스템 못갖춰 주의 의무 소홀, 병원에 3억 배상" 판결

환자의 약물 과민반응 체질을 간과하고 주사제를 처방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 의사와 더불어 병원 운영시스템을 함께 지적했다. 

문제가 된 병원의 시스템상 내원한 환자의 상태를 의료진이 알기가 쉽지 않았고, 처방된 약물의 부작용을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것도 이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주지법 제12민사부는 27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B의료법인이 약 3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심근경색치료제를 장기간 복용 중이었다. 과거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약물에 대해 부작용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예전부터 항상 주의를 요망한다는 '자필' 쪽지를 갖고 다녔다.

그러던 중 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다친 A씨는 B의료법인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하게 됐다.  하지만 A씨를 진료한 신경외과 전문의 C씨는 주사약으로 '디클로페낙' 성분의 주사제와 약제를 처방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후 처방약을 조제하려고 약국에 들른 A씨는 약사에게 평소 갖고 다니던 자필 쪽지를 보여주며 처방전에 디클로페낙 성분이 있는지 물었다. 거기서 비슷한 성분이 있다는 견해를 들은 A씨는 처방전을 변경하기 위해 급히 병원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A씨는 얼마 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디클로페낙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A씨가 전신경직 및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의료진은 디클로페낙 과민반응에 대한 약물 투여 및 석션카테터, 기관내삽관술, 산소흡입 등의 처치를 실시했지만 A씨는 결국 심근경색 및 과민성 쇼크 의증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의사 C씨는 디클로페낙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004년 이후 3차례나 보고 됐음에도 A씨의 과거병력 및 투약력을 문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파악하지 않은 채 주사해 환자를 사망케 했다"며 C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사 C씨뿐만 아니라 병원측 과실도 인정했다는 점이다. 적절한 병원 운영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의료진들이 환자의 과거 병력(病歷)이나 약물사용 내역 등을 알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의사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내원한 환자에게 처방한 약물의 부작용을 환자에게 설명해주는 문서를 교부하거나 간호사 등 병원 소속 직원들로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약물사용 내역 등을 물어 진료의사에게 전달하는 등 병원 운영시스템을 갖춰야 했다"고 말했다.

병원을 경영함에 있어 간단한 치료과정 상의 점검 항목을 만들어 이를 의사를 비롯한 병원 소속 직원들이 준수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의료상 과실(過失)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경영진의 주의 의무 위반과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됐다. 법원은 "의료 인력이 적절한 진료 프로세스 운영시스템에 따라 과거 병력이나 복용하던 약에 대해 질문을 받고 충분한 설명을 들었더라면 의사에게 환자가 쪽지를 보여줬을 것이고, 충분히 A씨가 살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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