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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저출산 대책' 예산, "혈세 구멍을 막아라"
줄줄 새는 '저출산 대책' 예산, "혈세 구멍을 막아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8.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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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서울특별시 인구 절벽에 대한 전망과 전문가적인 대책' 심포지엄 개최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홍준)는 24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서울특별시 인구 절벽에 대한 전망과 전문가적인 대책'을 주제로 한 '서울 메디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을 위한 예산이 엉뚱한 곳에 집행되다보니 의료계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을 토대로 공공기관과 의료현장에서 일관성 있는 제도가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대책 예산, 흡연 등 엉뚱한 데 쓰여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김문영 회장은 ‘초저출산의 그늘, 위기의 서울시 인구절벽’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초저출산의 현실 △저출산 대책 정부 예산지원 △저출산 시대의 의료현장의 실태 및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2018년에 출생한 신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2017년 대비 3만900명(-8.6%)이 감소했는데, 25~29세의 출산율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매년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12조원을 지원했지만 출산율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출산 관련 예산이 정작 위기의 청소년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흡연, 아동·청소년 자립지원 강화 등 저출산과는 거리가 먼 정책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 회장은 “‘초저출산 국가’를 탈피하기 위해 정부 예산은 모성사망률, 조산, 임신성당뇨병, 고위험 임산부 관리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공공·전문의료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등록관리체계 등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과 의료현장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일관성 있는 정책이 이뤄져야 하며, 국민에게 실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저출산 보건의료 정책적 접근’이라는 주제를 통해 출산 도구 지원이 아닌 '인권 지원' 방향으로 저출산 극복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국장에 따르면, 20~44세에 이르는 우리나라 미혼자들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 등의 이유로 아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과거 ‘가족계획사업’을 오래 진행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나 국장은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 생애 과정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치료중심 의료와 예방중심 보건의 조화, 민간의료와 공공보건의 조화, 보건의료정책 영역과의 조화, 개인인식 변화를 위한 문화접근과의 조화, 임신과 출산을 하는 당사자에 대한 인권 중시, 성 평등 관점 등이 강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는 건강임신출산 지원 프로그램으로 가족계획 및 엽산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25개구 보건소에서 모두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어린이 진료비 100만원 상한제, 난임지원 확대, 자녀 유병휴가 및 상병수당, 성교육 강좌 및 방법 변화·대상자 확대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서울시는 앞으로 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지원 계획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방난임사업, "과학적 근거 확보할 때까지 중단해야" 주장도

이중엽 함춘여성크리닉 원장과 이정근 장유요양병원 원장은 ‘지자체 난임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과학적 근거를 통해 한방 난임 사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중엽 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도별 난임 진단 대상자 수는 2012년 남자 4만1442명, 여자 15만485명에서 2016년 남자 6만3114명, 여자 15만7186으로 난임 치료가 필요한 대상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난임 치료를 하는 환자들은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에 이어 ‘경제적 부담’으로도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난임 시술을 중단한 경험자를 대상으로 중단 이유를 물어본 결과 ‘경제적’ 부담 때문이란 답이 많았다.

하지만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난임시술 의료기관이 아닌 ‘한방난임지원사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불필요한 예산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지원을 확대할 때 과학적 근거 및 비용대비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행정부, 정치권, 환자단체 및 난임전문가 단체의 유기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정근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한방난임 사업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이 원장은 “지자체 한방난임 사업은 한방 난임의 유효성 미입증, 임부와 태아에 인삼, 감초, 백출 등 위험한 한약제 사용, 의학적 보조생식술 금지기간 설정, 저조한 성과에도 지속적인 사업 추진 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약, 침 등의 한방난임 치료가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지난 2년간 지자체 사업에서 8개월동안 11.2%라는 임신 성공률은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지자체들은 한방난임 산업에 116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방난임 치료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전혀 될 수 없고, 오히려 효과적인 난임치료 수진기회를 제한해 난임 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사업대상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 유효성 및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후에 시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약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확보될 때까지 지자체 한방난임 사업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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