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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나와서 의사만 하란 법 있나요”
“의대 나와서 의사만 하란 법 있나요”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2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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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Medical Mavericks 진로 세미나'에 의대생 300여명 몰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중인 선배 의료인들 초청한 멘토링 행사

의대는 '의사가 되기 위한 곳'이라는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전협)가 올해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평소 '선호하는 강연의 주제'에 대해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진로'라고 답한 비율이 약 4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의학도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진로를 '의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대생들의 인식 변화는 25일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의교정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메디컬 매버릭스(Medical Mavericks) 진로 세미나'에서 다시금 확인됐다. 이번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의 비기(祕技)인 이번 행사는 비(非)임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의사 출신 멘토들을 초청해 젊은 의학도들이 이들의 얘기를 듣고 질문하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날 행사를 위해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 기자(통합의학 박사),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예방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작가(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멘토로 참여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참석인원을 애초 200명에서 300명으로 늘렸는데도 접수를 시작한 지 1주일도 안돼 마감이 되는 바람에 주최측이 뒤늦게 "나도 참석하게 해달라"는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는 후문이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의사로서 딴짓을 할 수 있다”며 “의료계는 이미 레드오션이다. 이제는 사회 전체에 다양한 역할을 의사들이 담당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저마다의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연사들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특히 참석 학생들은 관심이 있는 강연자에게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거나 주제별 토론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기동훈 매디스태프 대표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는 직업 특성상 메신저 대화에 민감한 의료정보가 많아 유출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해 의료용 메신저 개발회사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의대생 1000명을 포함, 총 4000명의 회원을 확보한 상태다.

기 대표는 “사회적 상황 상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의사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의학적 전문성을 비즈니스에 접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역시 창업을 택한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그동안 의료정보가 여러 의료기관에 나눠져 보관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 걸쳐 80여 개가 넘는 의료기관과 파트너십 및 공동연구를 체결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 기자는 “예전에는 의사가 다른 일로 외도하는 것이 문제아로 찍히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하며 “그러나 현재는 오히려 다양한 직군에 의사들이 전문성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직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만약은 없다' 등을 쓴 작가로 활동 중인 남궁인 작가의 강연이 끝난 뒤엔 그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기도 했다. 지방에서부터 남궁 작가의 책을 들고 올라와 자필 사인을 받아간 학생들도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평소 만나기 힘든 멘토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데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는 한편, 이같은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림의대 재학생은 “의대 특성상 굉장히 바쁘고 폐쇄적이어서 다양한 진로에 대한 경험이나 인맥을 쌓기 힘들다”며 “교육 제도 중 다양한 진로에 대한 초청 강연이나 현장 경험 교육을 추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젊은 의학도들의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매디컬 매버릭스와 함께 이번과 같은 행사를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의 부대행사로서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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