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왕따시키는 원격의료 시범사업···공보의들 "우리만 피해자 될 것"
당사자 왕따시키는 원격의료 시범사업···공보의들 "우리만 피해자 될 것"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22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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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주관하는 공보의들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불분명"
복지부 “대면진료와 다를 것 없어. 의료인에게 책임 전가 안할 것"

최근 전북 완주군이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현장에서 시범사업을 직접적으로 주관해야 할 공중보건의사들(이하 공보의)이 정부의 시범사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시범사업은 공보의가 환자의 가정을 방문한 간호사에게 의료 전문지식과 치료지침을 제공하면, 간호사가 원격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수행하고 처방약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공보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공보의들이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시범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이어서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공보의 주도 원격의료, 30개 시군서 시행 중…지역별로 대상자 월평균 40명 

대공협이 지난 20일 발표한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에 속한 30여 개 시·군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 확대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다.

원격진료 대상 환자 수는 지역별 편차가 있으나 한 달 평균 40명, 많게는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많은 수의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행 중인 원격진료 시범사업의 형태는 공보의가 원격지 의사로서 원격진료에 참여하고, 보건진료소 공무원 및 방문 간호사 등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현지 인력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대다수였다.

의학 상담은 대부분 원격지 의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으며 절반 정도 지역에서는 진단과 처방 및 방문간호사를 통한 약 배부‧배달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명확한 책임소재···"의료분쟁시 공보의가 피해자 될 것"

당사자인 공보의들이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와 관련된 부분이다. 최근 의료 분쟁이 빈번해지는 사회적 추세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대처 방안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즉, 분쟁 책임에 대해 사전 조율이나 협의 없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공보의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데도 지자체가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정해놓지 않아 사실상 공보의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조중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회장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이 진행되는데 책임 소재에 대한 근거 법령도 없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무너진 상태에서 의료 분쟁이 생길 경우 공보의들은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한결 대공협 홍보이사도 “공무원이자 병역의무자 신분으로 징계를 받게 되면 굉장한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이번 시범사업과) 의료의 질적 향상과의 연관성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애초 사업 설계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보의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중현 회장은 “병역의 의무를 지는 공보의가 보건소 소속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지만 어떤 의견 조회도 없다”며 “이미 다 짜놓은 상황에서 너는 들어가서 원격의료만 강요받는실정으로, 의사 개인의 주관은 철저히 무시된다”고 말했다.

◆완주군, 시범사업 추진 잠정 보류···복지부는 "문제없다"

최근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완주군은 의료계 반발로 시업사업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앞서 지난 16일 전북의사회 등이 완주군청 앞에서 원격의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의료계의 반대가 극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완주군보건소 관계자는 “사업 추진 전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쳤고, 적법하다는 의견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지만 의료계 입장을 고려해 현재 시범사업을 보류한 상태”라며 “이번 사업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규정이나 책임소재는 복지부에서 내려주는 지침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보건소는 현재 복지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복지부는 이번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절대 의사들에게 책임소재를 전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업 강행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법령과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공보의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원격의료라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오해할 수 있는데, 책임소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면진료 상황의 의료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각 상황의 진위 여부를 판단해 각자의 과실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현재 대면진료 상황에서도 모든 의료 분쟁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책임소재를 명시한 법령은 없다"며 다만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선 "세부 지침을 각 지자체와 보건소에 배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보의들에 대한 의견수렴 부분에 대해서도 “지자체에서 공보의들에게 원격의료에 대해 설명하고 시행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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