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실수에도 무거워진 판사봉···의료계, '소신진료' 못할까 우려
경미한 실수에도 무거워진 판사봉···의료계, '소신진료' 못할까 우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8.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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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사의 단순실수·판단착오에도 금고형·거액배상 판결 잇따라
의료행위는 위험수반하기 마련, 의료현실에 대한 법조계 이해 절실

과거보다 환자의 권익이 중시되고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법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의사들이 중대한 과실뿐만 아니라 경미한 과실로도 처벌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사들이 자칫 '소신진료'를 못하고 환자의 눈치만 살피게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원, 의사의 실수에 대해 법적 책임 무겁게 묻는 추세

최근 법원은 뇌출혈 환자를 단순 취객으로 오인, 사망에 이르게 한 응급실 의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금고형을 선고했다.

또 환자의 진정상태를 유지하는 신경근차단제를 제대로 투여하지 않아 환자가 기침을 하다 인공호흡기 튜브가 빠져 사망에 이른 사건에 대해선 의료기관에 1억3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환자의 패혈증을 진단하지 못한 의료기관에 1억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이상의 사건들에서 법원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고 당시 상황과 검사를 통해 충분히 질병의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유죄 판결이나 배상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같은 법원의 판결이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의사라 하더라도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병변을 모두 구분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가 진료 및 치료에 협조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까지 모두 ‘의사’나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A씨는 최근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주취로 오인해 돌려보냈다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환자에게 진료에 필요한 설명을 했는데도 환자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질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환자는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나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환자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보는 순간부터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의료계를 옥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개원의인 B씨도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신중을 기하고 최선을 다해도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며 “(의사의 법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결국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방어 진료를 하게 되고, 향후 필수의료 공백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빈번해진 고소·고발로 엄격해진 처벌 수위, 특례법 제정 필요

최근 의사나 의료기관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가 과거에 비해 엄격해지는 이유로 법원에 고소·고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의료에 대한 환자와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생겨난 현상이다. 

전성훈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사법부가 과거에 비해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과실을 엄격하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쌓이다 보니 법원 내부적으로 처벌 기준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다 보니 아무리 주의한다 하더라도 실수는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환자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못해 진료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전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며 “의료행위가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일정 비율로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나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들의 이해가 부족한 만큼 이에 대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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