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혈관노화와 죽상경화는 동의어인가?
혈관노화와 죽상경화는 동의어인가?
  • 유형준
  • 승인 2019.08.19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늙음 오디세이아 (85)
유 형 준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유형준 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사람은 자신의 동맥처럼 늙는다(A man is as old as his arteries.).” 존스홉킨스 병원의 창립 교수이며 당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 1849~1919)의 명언이다. 즉, ‘혈관이 늙는 만큼 늙는다.’는 의미로 혈관의 노화는 인간 노화의 핵심적 중심이며 대표적 핵심이라는 뜻이다.

혈관이 어떻게 늙어 가는지에 대해 고스란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보이는 대로 찬찬히 다음과 같이 의학적으로 묘사할 뿐이다.

‘늙어 갈수록 대동맥 중막의 탄력 섬유층이 증가되고, 탄력 섬유 각각의 분절과 중복을 보이며, 중막과 내막의 섬유화가 진행되고 내탄력판의 중막면에 석회화가 올 수 있다. 연령의 증가에 따른 변화는 특히 탄력성 동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며 세동맥에서는 중막의 유리질화가 온다. 대동맥에선 마흔 살 쯤에 콜라겐층이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동맥은 내막의 섬유화와 비후를 보이고 노화가 보다 더 진행되어 내탄력판내 탄력 섬유의 중복을 보인다. 생리학적으로는 청소년기부터 나이가 들면서 대동맥과 탄성중심부 동맥들이 확장되고 굳어지는데 말초 근육성 동맥들에선 상대적으로 변화가 덜하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동맥의 팽창성이 감소하고 맥박파속도가 증가한다. 대동맥 표면적과 맥박파 속도는 십팔 세에 비해 팔십 세에서 두 배나 된다. 또한 베타아드레날린성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져 이소프로테레놀에 대한 이완반응이 점차 감소하나 나이트레이트 반응성은 변하지 않는다. 노화 변화에 따른 가장 큰 기능적 변화는 수축기혈압의 상승과 좌심실비후다. 이와 함께 관상동맥질환이 잦게 발병한다.’

이상과 같이 여태껏 알려진 지식들을 조합하여 ‘동맥혈관이 경화되어 간다.’고 이르는 것이 일반적 현실이다. 근원적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정의하다 보니 ‘혈관’이란 말을 ‘동맥’으로 바꾸어 혈관의 늙음을 ‘동맥경화’라 이르거나, 경화의 형상이 죽처럼 보인다고 ‘죽상경화’라 칭하다 보니 용어 사용이 가지런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혈관노화와 죽상경화는 동의어인가? 종종 혈관노화와 죽상경화를 혼동한다. 결론부터 밝히면 둘은 같지 않다. 물론 견해에 따라 정의의 개념에 따라 겹치는 부분이 더러 있을 수 있다. 먼저 혈관노화를 알아본다. 노인에서 아주 굵은 동맥 또는 중간 정도 굵기의 동맥은 다양한 정도의 내막과 중막 변화를 보인다. 이러한 동맥의 나이에 따른 변화는 크게 두 가지의 병리학적 변화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주로 중막에 생기는 혈관노화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특히 초기에 내막에 변화가 생기는 죽상경화다. 두 가지 모두 청년기 초기부터 시작하여 탄력성이 줄어들고 경화가 증가된다. 즉, 딱딱해지면서 탄력이 떨어진다. 두 가지 중에서 전자의 혈관노화를 노화성 혈관병증, 늙음과 관련된 동맥병증, 동맥 노화, 혈관벽 노화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중막 변화를 늙음과 관련된 중막 퇴행 경화라 칭하기도 한다. 물론 어느 하나도 혈관노화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은 못 된다. 실제로 중막 퇴행 경화는 혈관노화의 병리학적 소견만을 지적하고 있다. 협의의 병리학적 혈관노화랄 수 있는 중막 퇴행 경화에서 대동맥의 혈관평활근세포는 퇴행하고 세포사를 일으켜 중막 내에 엘라스틴 섬유의 분해, 콜라겐 섬유의 축적이 일어나지만 염증반응과 침윤은 드물다. 생화학적으로 엘라스틴과 그 교차결합부는 감소하고 콜라겐과 그 교차결합부는 증가한다. 엘라스틴의 전환은 매우 지연되어 당화와 당산화 반응을 거친다. 중막에는 알시안블루에 염색되는 뮤신이 축적된다. 이처럼 중막 퇴행 경화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병리 상태이다. 중막 퇴행 경화의 병태원인은 불분명하다. 다만 엘라스틴의 기계적 스트레스,  내피 기능 이상, 엘라스틴의 당화 등이 그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혈관노화소견은 말판(Marfan) 증후군, 엘러단로스(Ehler-Danlos) 증후군, 판막상부 대동맥협착 등의 유전적 질환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유전병에서 혈관이 빨리 그리고 일찍 늙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죽상경화는 이환성이 높은 사람에서 내막에 먼저 발생하며 성별, 영양, 신체활동, 흡연 등과 관련이 깊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의 질환에서 죽상경화가 잦고 심하다. 이런 연유로, 예를 들어, 당뇨병을 ‘노화 가속 질환[노화가 평균보다 빨리 심하게 진행하는 질병]’이라는 견해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예상대로 늙을수록 흔하지만 나이 뿐 아니라 방금 언급한 다양한 원인들도 꽤 영향을 미친다. 아주 굵은 굵기 또는 중간 정도 굵기의 동맥에 영향을 주어 동맥류, 심근경색증, 뇌경색, 말초동맥질환 등을 일으키는데, 확장성 또는 폐쇄성 질환을 모두 발병시킨다. 이에 반해 혈관노화는 일반적으로 동맥류 같은 확장성 질환을 주로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생리적 노화만을 이르는 협의의 노화 관점에선 죽상경화는 혈관 노화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다. 죽상경화는 병적 노화의 요소가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리적 노화와 병적 노화를 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환성이 강한 동맥경화는 광의의 혈관노화에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 판단한다. 그 이유는 죽상경화는 그나마 연구가 많이 되어 있으나 혈관노화 연구는 아직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진행된 후에 지금의 논의는 명료한 의견을 담을 것이라 여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