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닌 드보르자크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53
안토닌 드보르자크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53
  • 오재원
  • 승인 2019.08.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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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482)

■ 슈베르트의 작품에 비견될 선율과 보헤미안 색채 풍부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은 드보르자크의 재능에 주목한 나머지 바이올린협주곡의 작곡을 권유했다. 고향에 머물러 있던 드보르자크는 평소 존경하는 요하임의 권유에 곧바로 의욕적으로 작곡에 착수했다.

1879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두 달여 만에 이 곡을 완성한 그는 베를린의 요아힘에게 작품을 보냈고 이에 대한 의견과 평을 기다렸다. 그는 1880년 5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으로 위대한 거장 요제프 요아힘에게’라고 쓴 헌사와 함께 요하임의 조언을 받아들여 수정한 이 곡의 총보를 요아힘에게 보낸다. 그러나 출판된 이후 요하임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번도 이 곡을 공개된 장소에서 연주한 적이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작곡가로서 원숙의 경지에 올랐을 때도 드보르자크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에 의해 음악의 풍부함을 더하기 위해 이전 작업한 작품의 개작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브람스의 소개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독일 출판업자 짐로크의 조언자인 로버트 켈러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켈러는 이 작품의 악보를 보고 제1악장에서 제2악장으로 바로 진행하기보다는 첫 번째 악장에서 일단 종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드보르자크는 뜻밖에도 이를 거부했다. 아마도 그는 제1악장과 제2악장을 이어주는 패시지가 이 협주곡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결국 짐로크는 작곡가의 판단을 받아들여 1883년 최종적으로 출판하였다. 그러나 요제프 요아힘은 로버트 켈러의 요구처럼 변경되지 않자 결국 켈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헌정을 받았음에도 대중 앞에서 이 작품을 연주하지 않았다. 결국 이 작품은 1883년 10월 드보르자크의 친구인 체코 바이올리니스트 프란티셰크 온드리체크의 연주로 프라하에서 초연되었다.

선율이 풍부한 이 작품은 ‘자연의 아들’이라는 드보르자크답게 자연에서 발상을 얻고 그 영감에 따라 작곡했다는 느낌이 짙게 배어 있다. 슬라브 춤곡의 리듬과 보헤미아 민요의 기본적인 형태가 들어 있는 이 작품은 민족적 색채와 고전적 구성을 겸비하고 풍부한 선율미로 인해 슈베르트의 작품에 비견된다. 보헤미아 지방의 민요와 춤곡을 소재로 민족적 색채를 잘 살린 작품으로 드보르자크 중기의 자유분방함과 환상이 넘쳐 있다. 그러나 바이올린협주곡으로서의 치밀한 형식미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자유롭게 구성된 하나의 주제로 간결하게 전개된다. 이 악장에서 드보르자크는 고전적 협주곡의 장대한 제1악장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서두에 강력한 서주가 관현악으로 연주되면서 목관과 호른의 반주 위에 독주 바이올린이 정열적인 주제를 노래한다. 이후 독주 바이올린과 오보에의 오블리가토가 등장하고 새로운 선율로 나아간다. 이어서 독주 바이올린이 스케르초 풍으로 주제를 현란하게 연주하고 목관이 화려한 장식을 더한다. 마침내 관현악이 강렬하게 다시 주제를 제시하고 호른 반주 위에 짧은 카덴차가 나온 뒤 저음역의 독주 바이올린이 관현악의 반주와 함께 종지부 없이 제2악장으로 넘어간다.

△제2악장 Adagio ma non troppo 제1악장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이 거의 쉬지 않으며 비르투오소 풍으로 곡이 진행되었다면 제2악장에서는 곡의 다양한 선율을 꾸며주는 역할로 진행된다. 우울한 슬라브풍과 정열적인 집시풍의 대조적인 주제를 자유로운 3부 형식으로 노래한다. 독주 바이올린이 브람스풍의 아름다운 제1주제를 연주하고, 파곳, 비올라, 첼로가 주제를 부각시킨다. 이어 오보에, 클라리넷, 플루트가 가담하고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한 연주를 지나 갑자기 플루트와 오보에가 제1주제를 노래하면 독주 바이올린이 집시풍의 정열적인 제2주제를 연주하면서 격렬하게 중간부를 마친다. 제3부에서 트럼펫의 선율이 흐르면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제1주제를 아름답게 재현하고 이 주제가 바이올린과 목관을 배경으로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풍부하게 이어진다. 관현악의 투티로 반복된 후 독주 바이올린이 이를 되받는다. 이윽고 호른이 조용히 연주하면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하면서도 사라지듯이 끝낸다.

△제3악장 Allegro giocoso 민족적인 색채가 가장 강한 악장이다. 주제는 헝가리나 보헤미아 지방에 유행하는 푸리안트(furiant) 춤곡 선율에서 차용했지만 중간에는 대조적인 둠카(dumka) 선율이 보인다. 처음부터 바이올린 독주가 연주되면서 뒤에서 받쳐주는 현악기군들과 함께 어울려 아주 생기 있게 출발한다. 흥겨운 주제가 지난 후 주로 현악기로 구성된 따뜻한 주제가 계속되고 다시 흥겨운 주제로 들어간다. 빠른 푸리안트 리듬이 변하면 이어서 둠카가 나타난다. 그 후 플루트가 독주 바이올린을 따라가다가 독주 바이올린이 현란한 선율을 펼치자 마지막을 향해 모든 악기들이 힘차게 달려가면서 마침내 전 곡이 마무리된다.

■ 들을 만한 음반
△요세프 수크(바이올린), 바츨라프 노이만(지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Supraphon, 1978) △나탄 밀스타인(바이올린), 윌리엄 스타인버그(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Capital, 1957) △요한나 마르치(바이올린), 페렌츠 프리차이(지휘),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53) △정경화(바이올린),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EMI,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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