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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완주서 시범사업···의료계, "원격의료 안 한다"던 정부 맞나
이번엔 완주서 시범사업···의료계, "원격의료 안 한다"던 정부 맞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8.16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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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방문간호' 통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에 의료계 반발
전북의사회, "완주군, 사업 철회하라"···복지부 "예정된 사업일 뿐"

최근 정부가 중기벤처부 주도로 원격의료 사업을 '깜짝'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이 사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도 전북 완주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이번 시범사업은 '방문간호' 모형을 이용한 것으로, 앞서 충남 홍성에서도 같은 모형의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복지부와 해당 지자체는 이미 예고됐던 사업을 시행하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원격의료에 본격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완주군, '방문간호' 모형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

지난 14일 박성일 완주군수는 보건복지부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되어 군내 운주면과 화산면에서 원격의료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원격지 의사가 간호사를 통해 대리처방을 하는 ‘방문간호 모형’이다.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공중보건의사가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환자의 가정에 방문한 방문간호사에게 의료 관련 전문지식 및 치료지침을 전달하면 방문간호사가 원격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바탕으로 관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처방약을 전달하게 된다.

사업 대상자는 만성질환으로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재진환자 중 거동불편, 고령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면서 공중보건의사의 대면 진료를 마친 후 건강관리 및 진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환자 40명을 선정했다.

◆전북의사회 "방문전문 간호사 선정 등 위법소지 있어"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계는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한 현행법에 비춰볼 때, 간호사를 통해 대리처방을 하게 하는 것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지역인 전북의사회는 “원격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바탕으로 간호사가 관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처방약을 전달하는 것은 명백한 대리처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 의하면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할 수 없다. 의사회는 또 “의료법에 따르면 방문간호 결정은 반드시 의사만 할 수 있고 방문간호도 방문전문간호사만 할 수 있는데 이번 시범사업은 이 부분을 위반할 가능성도 높다”며 운주와 화산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방문전문간호사 자격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 요청했다.

전북의사회는 완주군이 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하지 않는다면 의료법 위반에 대해 법적 고발은 물론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한다는 입장이다. 전북의사회는 16일엔 임원진들이 완주군청을 항의 방문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김재연 전북의사회 정책이사는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완주군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서인지 현행 의료법에서 불허한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인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강원도처럼) 특별법 적용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며 “더해 전문의도 아니고 경험도 적은 공중보건의사들이 원격진료를 실시하게 되면 안전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크므로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전국 45개 시군구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중 "문제 없다"

한편 복지부는 현재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전국 9개 시도와 45개 시군구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전북 완주와 마찬가지로 충남 홍성군도 방문간호 모형을 실시하고 있고 제주시도 방문간호 모형을 준비 중이다.

이번 완주군의 경우도 이미 예고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미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뿐이란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기부가 의협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강원도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전격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실시하기로 한 데 이어,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본격적으로 원격의료 사업을 진두지휘하려는 것 아니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야당 시절 원격의료 반대를 천명했던 현 정부 여당이었기에 의료계 입장에선 최근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더욱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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