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의 수상한 공세···단순한 치기인가, 고도의 전술인가
한의협의 수상한 공세···단순한 치기인가, 고도의 전술인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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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불기소 처분은 공급자 처벌 어렵다는 것, 한의사에 면죄부 주는 것 아냐"
법의 맹점, 전문의약품 사용해도 처벌 어려워···한의협 내부 갈등 무마용 얘기도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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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판매한 제약업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근거로,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이하 한의협)가 '전문의약품 사용 확대 추진'을 들고 나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무리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란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한의협회가 단순한 환영 성명을 넘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 더구나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최혁용 한의협회장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서 결코 법률에 문외한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의협의 이번 행보를 단순히 치기(稚氣) 어린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전문의약품 사용한 한의사의 처벌 여부
이번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단지 문제가 된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성훈 법무법인 유한(한별)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14일 본지 통화에서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공급자까지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물음표 정도로 봐야 한다"며 "이를 확대해석 하는 한의협의 태도는 코미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치의 발단이 된 사건은 지난 2017년 오산의 한 한의사가 환자의 통증치료를 위해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주사하다가 환자가 사망한 일이다. 이 사고로 인해 해당 한의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돼 결국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 회원이 처벌받은 것은 법리적으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것이 아닌 한의 의료행위 이외의 의료를 행한 것에 대하여 인정하여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한의사가 통상적인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벗어난 시술을 한 것이 문제였지,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리도카인'은 주사제다. 한의사가 한의 의료행위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 없는 약품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의협, 법의 '사각지대' 노려... 의협 "보완 입법 시급"

상황이 이런데도 한의사협회가 자신있게 리도카인을 비롯한 전문의약품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로선 이를 마땅히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의협은 검찰의 불기소 이유 가운데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금지규정이 없는 점"이라고 한 부분을 들어, 이번 불기소처분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 '허가'를 의미한다고 확대 해석했다.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 든 셈이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
최혁용 한의협 회장

전성훈 변호사는 "이번 불기소처분은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의약품 공급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라며 "처벌을 하려면 법률이 명확해야 하는데 법의 내용이 불확실하다보니 처벌할 수 없다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법률적 공백(空白)이 드러난 만큼, 의료계는 이에 대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

의협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에 한약 및 한방제제가 아닌 의약품을 한의원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지 않은 관련 법안이 상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 이번 사안이 소송으로 번지게 되면 판결까지 최소 1년 반에서 2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의협, 내부갈등 해결 위해 외부이슈 끌어들였나

일각에선 한의사협회 지도부가 한의협 내부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검찰의 이번 불기소 처분을 끌어들인 것 아니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건 지난 8일이다. 하지만 한의사협회는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13일이 되어서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 취지를 벗어나 '전문의약품 사용 확대 추진'이란 이슈를 들고 나왔다. 

한방 관련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현 한의협 지도부에 반대하는 '평회원비상대책위원회추진위원회'는 지난 달 말 '첩약건보 추진 중단과 최혁용 협회장 탄핵' 등의 안건을 담은 회원투표요구서 4725장을 한의협에 제출했다. 이후 한의협에선 투표요구서의 유효성 검증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즉, 이처럼 한의협 내부의 탄핵 요구에 직면한 한의협 지도부가 '전문의약품 사용 확대 추진'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단 것이다. 의협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인 만큼, 한의협의 이번 공세는 '내부의 적'을 달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끌어들인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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