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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 법안 잇따라 발의···의료계, 특정면허 겨냥한 이중규제 반대
의사면허 취소 법안 잇따라 발의···의료계, 특정면허 겨냥한 이중규제 반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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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안 “의사 범죄에 대한 면허취소 범위 확대‧면허 재교부 기간 늘려야”
의사만을 위한 제제엔 사회적 합의 필요…독립적 면허관리기구 필요 지적도

최근 의사의 비위(非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입법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찬성하는 쪽에선 전사회적으로 윤리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에선 이미 '의료법'을 통해 관련 규제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의사면허 취소하는 법안 잇따라 발의···비위 의사 이름 공개 방안도

지난 6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취소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성명·위반행위·처분내용 등을 공표토록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 비위 의사에 대해 면허취소는 물론, 대외적으로 이를 공개하자는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발의된 다른 법안들도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의사들의 각종 범죄에 대해서 면허취소 범위를 확대하고 면허 재교부 기간을 늘리는 내용 등(손금주 의원 2018년 10월, 인재근 의원 2019년 7월, 장정숙 의원 2018년 12월, 윤일규 의원 2019년 2월 등)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의사가 허위 진단서 작성이나 의사 면허 대여 등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에만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면허 취소 범위가 한정돼 있다 보니 살인·강도·성폭행 등 죄질이 나쁜 일반 형사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면허취소가 불가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들 법안은 출발하고 있다.

◆故 신해철 사망사건 등 국민적 공분 키워

이 같은 주장이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료사고, 환자 성폭행 문제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부터란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故) 신해철 집도의'로 의료 사고 논란 중심에 섰던 외과의사 A씨는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구속되기 전까지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를 하다 또다시 환자를 사망케 해 국민적 공분(公憤)을 샀다. 

또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을 전신 마취시키고 성폭행 한 내과의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범죄행위로 인한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며 “우리 사회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회의 강경 움직임은 결국 유권자인 국민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잇따라 의사들의 범죄문제가 대두되자 일각에선 극단적인 ‘의료 포비아’ 현상이 팽배해지면서 병원도, 의사도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여론에 민감한 국회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8일 “현재 의사면허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있다”며 “의사가 성범죄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취소하거나 재교부를 제한하는 내용의 선진 사례를 참고해 개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형사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연방의사규정에 따라 해당인의 의사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한다. 미국에서도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일단 면허를 정지시키고, 형이 확정되면 면허를 취소한다. 특히 이렇게 면허가 취소되면 재취득이 거의 불가능하다. 

◆의료계 "이미 의료법으로 규제, 이중규제 우려"

이 같은 입법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는 '이중규제'라는 입장이다. 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라는 의료인의 윤리와 관련된 조항을 두고 있다. 이를 위반하게 되면 '자격정지'를 부과해 의료인을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다른 직역보다도 더 높은 윤리적 요구를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당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법은 규제를 위한 것이다. 한번 법이 정해지면 규제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의료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의 법 기준에 따라 처벌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굳이 특정 면허를 언급하며 면허취소 기준을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도 “특정 직역이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을 다시 만들어 중복적인 제제를 가하고, 그들에게만 더욱 강화된 법을 적용하려면 그에 합당한 적절한 이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립된 의사면허 관리기구 필요 주장도, 최대집 회장 "TF 설립해 개선방안 모색하자"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독립된 의사 면허 관리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의사면허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급하고 유지·관리도 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면허시험, 면허신고 및 갱신, 보수교육 등은 다양한 체계로 분리·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독립된 면허 관리기구가 없다보니 모든 의료관련 불만과 소원 접수창구 등이 일원화되지 못해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고 비윤리적 의사에 대한 전문적인 처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전문가평가제 2기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을 통한 자율규제권 및 면허관리체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 개최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일부 극소수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가 사회적 주목을 받으면서 의사의 윤리성과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면허 관리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 TF’를 운영, 독립된 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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