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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계표에 환자 누락됐다 해서 부당 청구로 볼 수 없어"
"일계표에 환자 누락됐다 해서 부당 청구로 볼 수 없어"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8.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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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요양급여 부당청구 1심서 패소한 의사 A씨에 승소 판결
일계표와 진료기록부상 내원환자 불일치...1심 중요증거 채택 안해

내원(來院)환자가 일계표상에 누락됐더라도 이를 진료하지도 않은 환자에 대해 요양급여를 거짓 청구한 증거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는 8일 부산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2012년 10월부터 한달 간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A씨가 부당하게 요양급여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진료기록부에는 내원한 것으로 기록해 진찰료, 검사료 등 2900여만 원을 부당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1억에 가까운 과징금과 함께 5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씨는 '잘못된 전제'에 기초해 과징금이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병원 일계표는 입금액을 기재한 서류이기 때문에 실제로 내원한 환자라 하더라도 직원의 단순 착오 등으로 일계표엔 기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고의적인 허위 청구가 아니기 때문에 건보법 제98조 1항1호에서 명시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A씨는 또 일계표에 기재되지 않았지만 급여가 청구된 환자들 중엔 만성질환 환자처럼 약품수량이 많아 처방을 나눠 하느라 실제 내원하지 않은 날에 내원한 것으로 청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편의상의 이유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을 뿐이지, 있지도 않은 환자를 있는 것처럼 꾸미진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부 현지조사 당시 A씨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가 중요 증거가 됐기 때문이다. 

이 병원 간호사 B씨는 복지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일계표에서 내원환자가 누락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자필확인서가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명자료로 삼을 수 있다"며 일계표를 토대로 '허위' 청구가 있었다고 판단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일계표가 허위로 작성되지 않은 만큼, 일계표에 기재되지 않은 환자들은 실제로 내원하지 않은 가짜 환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중요 증거로 채택한 B씨의 사실확인서를 구체적인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다른 진료기록표 등을 통해 일계표에 누락된 환자가 존재한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일계표에 내원환자 '전부'가 그대로 기재돼 있다는 전제 하에, 일계표에는 적혀있지 않고 진료기록부를 근거로 요양급여가 청구된 환자는 모두 허위환자로 판단했는데 이같은 판단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1심 처분은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를 오인했다"며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처분이 적정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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