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 없이 시판 가능한 '첨생법'···제2의 인보사 사태 우려
임상 3상 없이 시판 가능한 '첨생법'···제2의 인보사 사태 우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8.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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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심사·허가 가능케 하는 '조건부 허가'가 핵심
환자들이 돈 내고 3상 임상시험 참여하는 꼴 될라

"절박한 희귀·난치 질환자에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재생의료 시장에서 우리나라 재생의료 분야 의료기술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2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첨생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보건복지부가 법안 통과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식약처는 앞으로 관련 하위법령 및 구체적 시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복지부는 7일엔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에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조만간 시행될 첨생법과 관련해 정부와 관련 업계에선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규제 완화가 자칫 제도 악용의 빌미가 될 수 있다"거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의약품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첨생법 시행에 우려를 나타내는 의료계와 시민사회 일각의 목소리는 첨생법의 긍정적인 면에만 주목하는 '환호성'에 묻혀 힘을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일부 바이오업체의 부정적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첨생법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이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대장주 '신라젠' 임상 3상 철회로 주가 폭락

최근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업체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간암 임상 3상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신라젠은 물론, 동종업체들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한때 코스닥 대장주로 꼽혔던 신라젠은 최근 3년간 매년 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가 폭락한 지금(7일 종가 기준)도 여전히 1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돈을 한푼도 벌지 못하는데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코스닥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신라젠의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다. 임상 3상을 종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따내면 엄청난 규모의 수익을 낼 수 있으리란 기대다. 

하지만 최근 미국 임상시험기관으로부터 신라젠의 임상 3상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권고를 받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신약 개발이 불투명해지자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것이다. 

2상만으로 시판 가능...'사이비' 바이오업체 난립 우려

신라젠의 '성장 스토리'는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회사를 키워가는지, 그 '전형'(典型)을 보여준다.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신약 개발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띄워 회사를 빠르게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신라젠의 경우 작년 1월 문은상 대표와 친척들이 1000억원이 넘는 보유 주식을 처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바이오의약품의 빠른 심사·허가를 가능케 하는 첨생법의 핵심은 ‘조건부 허가’ 조항이다. 이는 임상 3상을 면제하고 우선 시판한 뒤 안전관리를 받게 한 것이다. 보통 3상의 경우 이전 단계에 비해 연구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고, 걸리는 시간도 2~4년에 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2상을 통과한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약 절반만 임상 3상을 거쳐 최종 허가됐다.

이런 상황에서 신약 개발의 문턱을 낮추는 첨생법이 발효되면 임상 2상만 통과하더라도 신약판매가 가능해진다. 바이오업체 입장에선 임상 2상만 마치고도 '시판약'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으니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등한시한 채 신약 개발을 빌미로 주가 띄우기에 골몰하는 '사이비' 바이오업체들이 난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안전성 검증을 마치지 않은 약품이 시판될 경우 “환자가 비용을 내고 임상시험을 대신 해주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제약의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의 경우 3상 임상시험까지 통과하고도 주요 성분이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3상을 면제해주게 되면 제 2, 제3의 인보사 사태가 재발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안전관리책, 사후조치 마련" 시민단체 "구체적이지 않고 피해자 보호조치 미비"

이같은 우려에 대해 식약처는 이번 첨생법 제정으로 오히려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상 범위를 대체의약품이 없는 암과 희귀질환으로 좁혔고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했으며 인보사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에서 사후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굳이 첨생법에서 대상범위를 명시하지 않아도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식약처의 이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첨생법에서 명시한 안전조치가 구체적이지 않고 형사책임과 피해자 보호조치도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의 묵인과 방조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는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했다”며 “이번 법안 통과에 앞장선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예고한 대로 낙선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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