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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일)부터 심평원 '심사체계' 개편…핵심은 건별→주제별 심사
오늘(1일)부터 심평원 '심사체계' 개편…핵심은 건별→주제별 심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8.0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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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일부 시범사업 후 2023년까지 단계적 확대
의료계 "심사기준부터 개선하고 세부기준 마련해야"

오늘(8월1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방식이 소위 '분석심사'로 개편됐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갑작스러운 급여 삭감은 없을 것이라며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는 과거 정부 행태에 대한 불신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제도 자체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일선 의사들조차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분석심사로 전환되면 달라지는 점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해 봤다. 

◆핵심은 기계적 건별 심사 → 경향성 따져보는 주제단위 심사

이번 심사체계 개편의 핵심은 기존 '건별(件別) 심사'에서 의학적 타당성을 따져보는 소위 '에피소드(주제) 단위 심사'로의 전환이다. 

즉, 지금까지는 심평원이 요양급여비용 지급 여부를 심사할 때 급여기준에 조금이라도 벗어난 항목이 있으면 사실상 이를 곧바로 삭감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심평원이 의사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의학적 타당성과 의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심평원이 정한 급여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하여 '심평의학'이란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두 건 정도 급여기준을 벗어난 항목이 있더라도 당장 삭감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다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되면 전문가 심층심사를 통해 삭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심평원 "급여기준 벗어나도 의학적으로 타당하면 인정"

삭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결정 구조도 달라진다. 기존 심평원의 '진료심사평가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논의하던 것을 전문학회와 의료현장 전문가가 심사 주체로 참여하는 개방형 구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과정이 2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먼저 1단계인 '전문가'심사위원회는 전국 5개 권역별로 운영된다. 주제별로 중재할 사안을 정리하고 실제 심층심사를 담당한다. 2단계인 '전문'심사위원회는 심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누가 심사를 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심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기존의 비용 중심 심사방식에서 급여기준을 벗어났더라도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심사의 관점을 전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간 3개 영역 우선 시행…단계별로 늘려가다 2023년까지 완성 계획

분석심사는 우선 오늘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일부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선도사업’으로 진행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1일부터 당장 적용되는 선도사업 대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영역(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전체 의료기관의 슬관절치환술 입원 진료 △MRI와 초음파 등 3개 영역이 선정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인원과 진료비 규모,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항목 중심으로 (선도사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급여에 포함된 지 얼마 안 된 MRI·초음파에 대해서는 특히나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신속하게 기준 개선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심사 항목 수는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내년엔 암질환(입원), 폐렴(입원) 등 14개 항목이 추가되고, 2021년에는 관절수술(입원), 척추수술(외래) 등 20개 항목이 또다시 추가될 예정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향후 희귀 난치성 질환까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며 2023년에 완성단계에 이르게 되면 거의 모든 항목을 대상으로 분석심사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뒤숭숭한 의료계 "결국 비용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

이처럼 정부가 '일괄적인 급여 삭감은 없다'며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협조를 요청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 개편은 대부분 의사 입장에서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위 '문재인 케어'의 도입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구멍날 것으로 우려되는데도 정부는 급격한 보험료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보조에도 미온적인 모습이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갈 것이 자명한데 돈을 더 걷지 않으려면 결국 나가는 돈(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게 결국 급여 총액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의료계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 자칫 이중·삼중의 규제를 양산하게 되면 현장에서 급여가 깎일 것을 우려한 의사들의 '과소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의료 질(質)의 '하향평준화'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의료계 일각에선 심사체계 개편을 무조건적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이에 앞서 급여기준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분석심사(‘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 고시 전부 개정안’)에 대한 세부기준이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문가 위원회를 운영하게 되면 정부 입맛대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의료계의 목소리도 좀 더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 A씨는 “분석심사가 시행되면 (처음엔) 일종의 ‘당근책’으로 급여기준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 당장 삭감하지 않겠지만, 최종적인 목적은 전체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삭감이 이뤄질 게 분명하다”며 “심사체계 개편에 앞서 심사기준을 먼저 개선하든지 아니면 세부기준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문가심사위원회와 전문심사위원회 위원에 대한 해촉 권한도 의료계에 줘야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완장질’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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