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거센 원격의료, 복지부 아닌 중기부가 발표한 이유는?
논란 거센 원격의료, 복지부 아닌 중기부가 발표한 이유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7.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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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협의 없이 강행…논란 예상되는데도 총선 앞두고 정략적 결정
말빚 없는 중기부, 시종일관 당당…“왜 의협이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현행 의료법 허용 범위를 벗어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사업을 강원도에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이하·복지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이하·중기부)를 통해 발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가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사업 추진 시 당연히 접촉할 수밖에 없는 강원도의사회에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다가 중기부를 통해 이번 계획을 밝힌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고 있다.

◆야당 땐 원격의료 반대하더니···정부, 강원도 격오지서 원격의료 허용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박영선)는 지난 24일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원주, 춘천, 화천, 철원 일대 산간·격오지에 소재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만성질환자(당뇨병, 고혈압) 중 재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모니터링과 내원 안내, 상담교육, 진단 처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발표가 현 정권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데다, 불과 1년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고 이를 철회했던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가 재벌이익을 대변함으로써 ‘의료 영리화’의 단초가 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시민단체 등과 공조해 원격의료 도입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의료계가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토록 자신들이 비난했던 전 정권의 행태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인 의료계와 아무런 소통 과정 없이 원격의료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최근 원격의료와 관련해 각종 문서에 ‘원격의료’라는 용어보다는 ‘스마트진료’ 등의 대체 표현을 써왔다. 그러다 이번 발표를 하면서 원격의료라는 표현을 수차례 명시함으로써, 정부가 비로소 본색을 드러내며 원격의료 추진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총선 앞두고 '말빚' 없는 중기부 내세워 깜짝 추진

이처럼 논란이 될 것이 뻔한데도 정부가 원격의료를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원격의료 허용이 치밀한 정략적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즉,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도 오지에 첨단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점수를 따려는 것 아니냔 얘기다. 

특히 거센 논란이 예상됐던 이번 발표를 중기부가 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를 다루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그동안 의료계와 수차례 관련 논의를 하면서 제한적 허용 방침을 내비쳤다 이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이런 복지부가 또다시 원격의료를 추진하면 자연히 "또다시 말을 뒤집는 것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생 부서인 중기부는 기존에 진행돼 온 논란에서 자유롭다. 소위 '말빚'이 없는 셈이다. 더구나 박영선이라는 실세 정치인이 장관을 맡으면서 위상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중기부가 자신 있게 '총대'를 멜 수 있었던 이유다. 

 

 

 

실제로 이번 발표 이후 중기부는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 규제자유특구기획단 관계자는 2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원격의료 추진계획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중기부에서 발표한 배경에 대해 “규제자유특구제도는 업종이나 분야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며 “보건의료제도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협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형병원 쏠림을 우려해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우려해서 간호사 입회하에, 그것도 의료기관 내원이 힘든 거동이 힘든 환자나 격오지의 중증질환이 아닌 만성질환의 초진도 아닌 재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특례를 적용해 보겠다는 것인데 의료계에 무슨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이리도 강력히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의사-환자 원격의료 허용 계획을 의협은 물론 강원도의사회나 춘천시의사회, 원주시의사회에도 전혀 알린 적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발표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내건 현 정부가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정책 발표를 하면서 전문가 단체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강행하는 모습이 전 정권과 다르지 않아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중소벤처기업부가 원격의료제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신중을 기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격의료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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