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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법 규정에 건보 국고지원 줄어…문케어 ‘비상’
애매한 법 규정에 건보 국고지원 줄어…문케어 ‘비상’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7.23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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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예상수입액 20% 지원 명시…실제로 13.4% 그쳐
국고지원 제대로 지급했다면 지난해 건보재정이 오히려 3조 흑자
박진규 의협 이사 “문케어 이어가려면 국고지원 확대 필수"

애매한 법 규정 때문에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소위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강보험에 들어갈 돈은 많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칫 심각한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윤일규‧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건강보험 관련 전문가들과 이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일규 의원은 "건보 보장성 강화와 재정 운영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의 지급계획과 함께 재정적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에 대한 미지급 국고부담금 규모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정부는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 상당 금액을 지원해야 하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기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병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급하지 않은 국고부담금은 지난 13년간 무려 24조5374억 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이 기간 동안 국민이 부담한 건보료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인 100조1435억 원을 지원해야 하지만 정부가 실제 부담한 금액은 75조6062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에 대한 미진한 국고지원금 지급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소위 문재인 케어를 내세움에 따라 건강보험에 들어갈 돈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되자, 이를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건강보험에 정해진 대로만 국고지원을 했다면 이 같은 재정 우려는 없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예를 들어 건보 재정이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만 보더라도 건강보험료 대비 국가부담 20%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건보공단에 추가로 지급될 돈은 3조6572억 원에 달한다. 이 경우 지난해 건보재정은 적자가 아니라 무려 3조479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즉, 정부별 건강보험 국고부담율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 때 16.4%, 박근혜 정부 시기에 15.3%였던 것이 현 정부 들어 오히려 13.4%로 하락했다. 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지원엔 소홀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건보재정 전체 수입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다. 2010년 83.8%에서 2012년 85.7%까지 높아졌다가 2018년 86.4%까지 치솟고 있는 것이다.

황병래 위원장은 "지난 12년간 국민이 추가납부한 건보료는 21조2000억에 달한다"며 "지난 13년간 정부가 24조5374억 원의 국고부담금을 미납한 상황에서 가입자인 국민만 법적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의료계는 일찍부터 의료를 공공재로서 규정하면서 국고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헌법 가치에 위배된다고 비판해왔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건강보험 지원금 규모가) 보험료 수입의 20%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지난 2007년 이후 2017년까지 누적으로 20조 원 이상이 지원되지 않았다"며 "이는 정부가 의료의 공공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이사는 이어 "대통령이 보장성 강화를 선언하고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의료보험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고지원의 지속적인 확대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결국 구체적인 해결책은 법개정을 통한 국고지원금액 산정기준을 명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진규 이사는 "정부는 '매해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20% 이내이면 관계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법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도 "국고지원금액 산정기준을 명료화해 과소분을 추후에라도 보전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라는 현행 대신 ‘전전년도/과거 3년 평균 결산상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정해 그 규모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정윤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
정윤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

정부도 최근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복지부는 재정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건강보험에 대한 실질 지원금이 기존 (건강보험료 수입액의) 13.4%에서 14%이상이 되도록 국고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보험정책과장은 “수치를 구체적으로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재정당국과 긴밀한 협의 중에 있다”며 “박능후 장관이 국고지원 확대에 대한 상당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복지부에서도 국고지원을 14% 이상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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