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로 보건당국 현지조사에 불응한 의료기관 대표의 운명은?
건강상 이유로 보건당국 현지조사에 불응한 의료기관 대표의 운명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7.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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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업무정지 1년에 형사고발...법원 “직접조사 필수 아냐“ 당국 관행에 제동

보건 당국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의료기관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자신이 직접 조사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직원 등을 통해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다면 이를 조사 회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한의사 A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복지부의 현지조사에 응하지 못한 데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복지부 건강보험 현지조사팀은 2017년 2월 A씨의 의료기관에 대해 현지조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이날 A씨는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했다. 대신 조사팀에 “몸이 아파서 출근할 수 없다. 현지조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구하며 직원들에게는 조사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조사팀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한의원에 직접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재차 요구했다. 건강상의 이유가 조사를 연기할 만한 사유가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실랑이가 벌어지는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조사가 이뤄졌고, A씨는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금을 일부 부당 청구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조사팀은 A씨를 단순 부당 청구가 아닌, 현지조사 거부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업무정지 1년의 행정 처분을 내린 것은 물론, 현지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선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죄를 들어 형사 고발까지 했다.
 
이에 A씨는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이 무리하게 진행됐고 처분 또한 지나쳤다며 법원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당시 상황을 따져본 법원이 당시 A씨의 행동이 현지 조사를 회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시 요양기관 개설자에 대한 대면조사 및 직접조사는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요양기관 개설자가 현장에 없다면 그 직원들에게 조사명령서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현지조사 지침에 따르면 요양기관 개설자가 질병 등으로 인해 조사에 참여할 수 없고 그 대리인만으로는 현지조사가 곤란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증거인멸, 자료의 위·변조 등에 대비해 조사 자료를 우선 요청한 뒤 조사의 연기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 부정수급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현지조사가 이뤄질 때 당국이 의료기관 대표자를 강압적으로 대면 혹은 직접 조사해 온 관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료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당국의 강압적인 의료기관 현지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강압적인 현지조사에 대한 의료기관 대표자의 절차적 기본권이 문제가 되는 사안이었다”며 “이번 판결이 건강보험 현지조사 시 의료기관 대표자에 대한 강압적인 대면조사 및 직접조사 관행에 일종의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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