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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케어 책임론 두고 ‘맞불’ 공방전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케어 책임론 두고 ‘맞불’ 공방전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7.1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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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국회토론회' 개최
심평원 “중증환자 중심으로 증가 추세…문케어 이외 원인도 있어”
의료계 “문케어로 환자 쏠림 심화 누구도 부인 못해”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의 원인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소위 '문케어'로 인해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에 주안을 두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심평원 측은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경향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케어 이외에도 인구 고령화, 건강검진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기동민, 김상희, 남인순, 오제세 등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 8인은 19일 오후 2시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으로 귀결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문제는 최근 국회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100여 일만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꼬집는 의원들로 북새통을 이룬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제기의 연속선상에서 이날 토론회에서 여당의원과 의료계, 정부 관계자들은 환자쏠림 현상의 정책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사태의 원인에 대한 해석은 갈렸다.

우선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 소장은 의료이용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이 급격히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허 소장은 "대형병원의 진료경향은 중증환자가 증가하고 경증환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며 "의료이용은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정책의 누적효과 외에도 인구 고령화, 민간의료보험 가입 증가, 교통발달, 건강검진 확대 등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 소장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 소장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대형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수(실환자)는 2015년 202만 명에서 2018년 204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를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해서 분석해보면, 중증환자의 비율은 2015년 33.3%에서 2018년 44.9%로 증가한 반면, 경증환자는 2015년 10.3%에서 2018년 8.9%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는 2008년에 비해 2018년 7372명으로 47.7% 증가했고 1962년 실손보험이 도입되면서 2013년 대비 2018년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3396만 건으로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환자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증환자 위주의 증가이기 때문에 큰 우려가 없을 뿐더러,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고려한 종합적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추세를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허 소장의 주장이다.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

반면 의료계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탁상행정을 비판하며 문케어가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주된 이유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해 △비효율적인 자원 이용 △상급종합병원 환자 대기시간 증가 △의료전달체계 저해와 의료자원 격차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원인은 대형병원에 대한 선호 격차 때문이다. 가격은 대형 의료기관에 불리한 선호기준의 이유였는데 문케어로 가격문제가 해결된다면 당연히 대형병원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케어는 선호기관으로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이 문제는 문케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책 시행과정 상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쏠림 현상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무작정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병원이나 의원급에 대한 국민의 선호를 향상시켜줄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견해다.

대형병원을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증 수준의 질환에 대해서는 적은 규모의 의료기관을 더 선호할 수 있도록 정책적 패러다임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중증환자의 증가 및 경증환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통계의 오류가 있다고 전했다.

장성인 교수는 “해당 자료에서 말하는 중증 질환인 전문진료질병군은 2015년도에 245개였고 2018년도에는 462개였다”며 “개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연히 중증질환의 퍼센트는 증가하게 된다. 질환군 체계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세라 의협 기획이사
이세라 의협 기획이사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도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탁상행정 방식이 너무 답답하다.  MRI 급여화로 현장의 MRI 촬영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대형병원의 현장은 3분을 채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층진료가 불가능한 이 같은 상황을 문케어가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케어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낮은 의료비용으로 치료 가능한 환자가 가장 비싼 의료를 이용하게 되고 종별 의료기관 간 경쟁구도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이외 의료기관은 경영 수지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진용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교수는 환자쏠림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쏠림의 정의 측면에서도 단순히 △증가한 진료인원 및 진료비의 양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진료비의 구성비율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의료이용은 부적절하며 이에 해당하는 진료인원 혹은 진료비의 규모를 환자쏠림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진다는 것.

이진용 교수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대형병원 쏠림에 대한 상반된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 개선책을 내기에 앞서 총량을 규제할지, 진료비 포션을 규제할지 등을 먼저 합의해야 이에 맞게 적절한 개선방안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개편, 모두 손해 각오해야”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

이날 토론에 참석한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문제가 의료환경 자체를 통째로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을 우선 시인했다.

또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문케어 때문에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특히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각 직역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이해집단 간 이익분배 문제로 문제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향후에는 복지부에서 초안을 먼저 제시하고 각 집단들이 조금씩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과장은 “오늘 심평원에서 밝힌 자료는 학계 차원에서 좀 더 심층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학계 및 의료계와 오늘 나온 수치를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병원 쏠림이 문케어 때문인지는 아직 축적된 데이터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복지부에서도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고치려면 다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각 단체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문제 해결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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