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투여 기준 있어도 의사 재량권 우선 인정해야”
“약물투여 기준 있어도 의사 재량권 우선 인정해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7.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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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진정제 투여 기준 맞지 않다는 환자 측 주장 ‘기각’

약물투여 과정에 있어 표준 용량과 투여시간 등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골절 수술을 시행하기 전 진정제를 지나치게 빨리 투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이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진정을 위한 약물인 프리세덱스는 서맥, 동정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10분 간 천천히 투여하도록 돼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는 사망 환자의 유족이 제기한 의료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유지했다.

환자 A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B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A씨는 우측 상부 경골관절구와 비골 복합골절 및 좌측 상완골 골절, 신장, 간 기능 이상, 저산소 증 등이 확인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

곧바로 골절 관련 수술이 필요했으나 B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해 C병원으로 전원했다. 그러나 C병원에서도 수술 시행이 지연되자 A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 상황이 호전된 후 전원하라는 의료진의 권유에도 불구, 사건이 발생한 D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D병원 의료진은 이송 후 곧 바로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로 옮겨 진정제인 프리세덱스 1앰플과 생리식염수 48cc를 섞어 120cc의 속도로 투여했다.

그런데 프리세덱스 투여 전에는 분당 135회 정도였던 A씨의 맥박은 투여 이후 분당 114회로 떨어졌다가 5분 후에는 분당 65회까지 떨어졌다.

의료진은 수액 300cc와 승압제인 페닐에프린 0.05mg를 투여했지만 맥박이 더 떨어지면서 혈압이 측정되지 않자 심장마사지를 시행했다.

이후 잠깐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지만 심실빈맥이 관찰되고 패혈성 쇼크와 더불어 수술하지 못한 오른쪽 다리의 구획증후군이 악화돼 괴사까지 진행돼 결국 사망했다.

A씨가 사망하자 유족들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했다. 프리세덱스 약품설명에 의하면 성인의 경우 진정 상태를 위해 10분간 1mcg/kg이 개시 용량으로 정해져 있는데 병원 의료진은 다량의 약물을 5분 내에 투여했다는 것.

프리세덱스의 약효시간이 약 5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점을 고려하면 다량의 약물을 짧은 시간 내에 주입했기 때문에 약물 투여를 중단한 후 의식 저하가 급격히 진행됐다는 견해다.

유족 측은 "A씨는 당시 저혈압이나 서맥, 동정지 등을 유발할 만한 기왕증이 없었다"며 "의료진은 프리세덱스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원래 처방된 것과 달리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투여해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정제 투여는 상황에 따라 의료진의 재량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에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프리세덱스를 10분간 천천히 투여하라는 의미는 빠르게 투여할 시, 부작용을 더 쉽게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인 것"이라며 "피고 의료진은 A씨가 불안정한 상태임을 고려하고 예상보다 더 빨리 진성 상태에 도달했고 마취심도감시장치 지수가 낮아져 5분만에 프리세덱스 투여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씨는 당시 골절 수술이 필요했던 상황으로 간기능 이상 및 저산소증 소견이 있어 전신마취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며 "척추 마취에 따른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약물이 투여됐고 약물 주입 후 보인 증상은 반드시 약물 때문이라기보다는 교통사고로 인한 전신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유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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