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사 8월호 낭만닥터 인터뷰(홍영준 원자력병원 원장)
서울의사 8월호 낭만닥터 인터뷰(홍영준 원자력병원 원장)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7.18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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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건강을 되찾는 탁구 덕분에  
 병원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어요”


탁구 말고도 여러 스포츠를 즐기는 홍 원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뿐만 아니라 은퇴 후에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꿈꿀 만큼 글에 대한 애정이 깊고 재능 또한 특별하다. 다방면의 재능이 돋보이는 그는 현재 병원 경영자로서의 능력과 리더십도 드러내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건강히 갈고 닦으면서 병원 역시 멋지게 조각해나갈 그와 이야기 나눴다.


“탁구는 유난히 많이 웃는 스포츠예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권유하고 있습니다.”
홍 원장은 의료계 탁구 실력자다. 지난 6월 열린 서울시의사회장배 탁구대회에서 2부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운동이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탁구를 즐기게 된 건 2011년이다.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이듬해, 병원 체력단련실에 갔더니 동료들이 똑딱거리며 탁구를 치고 있더군요. 저도 한번 참여해봤는데 실력이 제일 좋았어요. (웃음) 후배 의사들이 정식 동아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때부터 원내 탁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원자력병원 탁구 동아리 회원 수는 어느덧 30여 명이다. 평소 소통하기 어려운 직원들이 탁구를 통해 모여 서로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홍 원장은 탁구를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견인차로 활용 중이다. 이어 그는 병원에서 진행된 1일 탁구교실 일화도 소개했다.

“탁구 여왕 현정화 감독님께서 재능기부를 해주셨습니다. 당시 수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함께했죠. 오랜 치료로 몸과 마음이 약해진 암 투병 환자들이 활짝 웃을 수 있었어요. 이를 계기로 환자분들이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답니다.”

홍 원장은 짧은 시간에 충분한 운동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탁구를 언제나, 누구에게나 권유하고 있다. 사실 탁구는 익히 알려진 장점이 꽤 많다. 기상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스포츠라 아무 때나 즐길 수 있고, 부상 위험이 적고 접근성이 높다. 또 2인 이상이 모여야 하므로 사회성 증진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렇다면 홍 원장이 생각하는 탁구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온다.

“제일 많이 웃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혹시 탁구장 가보셨나요? 깔깔거리며 웃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훌륭한 플레이를 하면 당연히 웃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가 탁구공이 네트나 탁구대 모서리에 맞는 실수를 범해도 웃음이 터져요. 예측 불가한 변수들이 웃음 포인트가 돼요. 탁구만의 묘한 매력이죠.”

한참 동안 탁구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실컷 웃다 보면 정신건강에도 도움 된다고 홍 원장은 말한다. 특히 대개 스포츠는 즐기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탁구는 짧은 시일 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래서일까. 탁구 세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시작됐다.

“탁구는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스포츠였는데, 최근에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젊은 유튜버들이 탁구 콘텐츠를 여러 개 업로드하기도 하고, 대학마다 탁구 동아리의 명맥이 다시 이어지고 있죠. 공공 영역에서도 탁구를 장려하면서 배드민턴과 더불어 국민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기세를 모아 탁구 붐이 다시 시작되길 바랍니다!”

“낭만 군의관 시절, 큰 자양분이 됐죠.
언젠가는 의미 있는 책을 쓰고 싶어요.”

홍 원장은 탁구 말고도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했다. 테니스, 골프, 볼링, 스쿠버다이빙까지… 전부 잊지 못할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 군의관 시절 배운 것들이다. 그는 <서울의사>의 ‘낭만닥터’ 지면 명을 빗대어 그 당시 자신을 ‘낭만 군의관’으로 표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선에서 고생하는 군인들과 군의관들에게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군의관 시절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해군이다 보니 잠수 교육, 바다 수영, 스쿠버다이빙을 배웠고 체력단련 시간마다 테니스, 볼링, 골프 등을 배웠어요. 전투 수영을 마친 후 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동료들과 곧장 테니스를 치러 갔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당시 골프파와 테니스파로 나뉜 동료들 사이에서 홍 원장은 테니스파였다. 탁구와 반대로 웃을 일이 없을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네트를 놓고 겨루는 스포츠만의 장점이 좋다며 웃는다.

“일단 몸싸움이 없어서 안전하고, 비교적 신사적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양한 기술을 연마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어요. 테니스는 요즘에도 가끔 아들과 함께 치곤 해요. 다행히 아직은 제가 이기고 있습니다. (웃음)”

홍 원장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추억담을 듣다가 잠시 멈칫했다. 만능 스포츠맨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군의관 시절부터 글쓰기에도 재능을 보인 것. 그는 당시 독서 모임, 영어 에세이 습작 등을 통해 글에 재미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뿐만 아니라 홍 원장은 인터넷이 활성화되기도 전 하이텔, 유니텔, 천리안 등이 도래한 PC 통신 시절부터 칼럼을 썼다. 

“96~97년경 하이텔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보라며 자리를 줬어요.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곤 했죠. 어느 날 아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글이 있다’며 제게 보여줬는데 당시 제가 올렸던 글이더군요. 현재 인터넷에서는 ‘작자 미상’으로 떠돌더라고요. (웃음)”

지금도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홍 원장. 그동안 그는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고, 도서 <과잉진단>의 번역을 맡아 의료 시스템의 빛과 그림자를 일반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정년 후 그의 꿈은 의료봉사를 포함한 저술 활동이기도 하다. 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충실히 지금의 삶을 마무리한 후에는 다른 삶을 찾고 싶어요. 제가 쌓아온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순수한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의료봉사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제대로 그리고 재밌게 전달하는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책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기자의 의아한 반응에 홍 원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송성문 선생의 <성문종합영어> 머리말을 늘 떠올립니다. 범람하는 책 속에 하잘것없는 것을 또 하나 보태 의식의 방향을 혼란시키는 것은 죄악이라는 내용을요. 요즘 책이 정말 많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저 그런 책들은 공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아쉬운 대로 올바른 내용의 책을 번역해서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러나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의미 있는 저만의 책을 쓰고 싶습니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원자력병원의 수장이 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난 홍 원장이다. 병원 경영자로서 보낸 지난 일상은 어땠을까. 그는 반년이 지난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며칠 안 지난 것 같다’며 웃는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지난날이 그려진다.

“원자력병원은 과학기술부 소속의 공공병원입니다. 그에 걸맞은 모습을 고민하면서 지난 시간 동안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죠.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연구병원으로서의 실제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고,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홍 원장은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위 ‘공공’이 붙는 기관들의 대표적인 병폐들을 타파하고자 한 것. 새로운 일이 시작됐을 때 피하기보다는 앞장서는 분위기를, 냉소적인 마인드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끌어내기 위해 홍 원장은 리더십 철학의 방향을 새롭게 틀었다.

“노력해서 기여한 바가 정확히 인정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거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로 선순환될 거예요. 작년에 책을 하나 선물 받았는데요.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라는 제목에 공감했습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저 혼자 깃발을 들고 아무리 ‘전진합시다!’라고 외쳐도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공공병원에 적합한 리더십이라고 홍 원장은 말한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자발적인 공감대 형성을 이루면서 조금씩, 지속성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또한 ‘원자력병원은 국민암센터로 불리어도 모자람이 없다’며 병원장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였다.

“60~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원자력병원으로 몰려왔어요. 최근에는 암 환자가 급증하면서 여러 암 센터가 생겼는데요. 그 시작을 원자력병원 출신 의사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후에도 원자력병원에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다시 탄생했죠. 암 전문가를 키워내는 토양을 분명히 갖추고 있어요.”

홍 원장은 원자력병원만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그는 큰 강점을 가진 방사선의학의 주력 부대를 한데 모은 방사선진단치료센터(가칭)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히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높을 거라고 자신한다. 무엇보다 병원의 존재 이유는 환자라고 강조하며, 병원장 이전에 의사로서의 소신을 전한다.

“식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병원은 환자가 있어서 존재합니다. 그러나 의사가 되고 업무 과중에 시달리다 보면 초심을 잃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전 진단검사의학과라서 직접적으로 환자를 대면할 일은 적었지만, 늘 스승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환자 샘플도 환자처럼 대하라’는 말씀이죠. 그래서 검사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 늘 주의 깊게 다뤄달라고 주문했어요.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은 의사의 본질입니다.”

홍 원장은 후배, 동료 의사들을 격려하는 한편 의사의 기본을 잘 지키길 당부한다. 이어 병원장으로서 환자의 입장을 더욱 배려하는 원자력병원의 모습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한다. 향후 그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마음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병원장 임기 시작 후로 SNS 프로필 메세지를 바꿨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로요.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답을 찾을 거라는 의미죠. 저를 포함한 병원 보직자들은 온갖 이슈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해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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