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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멘델스존 피아노삼중주 제1번 D단조 작품번호 49
펠릭스 멘델스존 피아노삼중주 제1번 D단조 작품번호 49
  • 오재원
  • 승인 2019.07.1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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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478)

■생기 넘치고 고상한 기품의 낭만파 삼중주의 수작
서른 살이 되던 1839년 7월, 피아노삼중주곡 제1번을 완성했지만 출판은 수정을 한 번 더 거친 이듬해 출판하게 된다. 그 후에도 수정을 하여 재출판을 하기에 이른다. 이런 배경으로 두 개의 판본이 남아있지만 자주 연주되는 것은 최종본이다. 그러나 1832년 누이 파니에게 쓴 편지에서 피아노삼중주에 대한 애착을 얘기한 것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피아노삼중주곡을 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11년 전 피아노삼중주곡을 써 놓았지만 그의 이십대는 대부분 관현악곡과 성악곡을 작곡하는데 집중되었다. 실내악에 대한 관심은 1838년 현악사중주곡을 작곡하면서부터인데 이때 작품들은 베토벤을 염두에 두고 작곡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그의 모든 실내악을 대표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생기에 넘치고 고상한 기품이 있으며, 서정은 애틋하고 지극히 달콤하다. 전체 형식이나 정서가 완벽하고 아름다우면서 맵시 있게 세 악기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걸작이다. 특유의 넘치는 리듬과 유려하고 친근감 있는 선율로 친구였던 슈만은 이 곡에 대해 “베토벤 이후 가장 뛰어난 피아노삼중주곡”이라며 “베토벤의 피아노삼중주 <대공>, <유령>, 슈베르트의 피아노삼중주 Eb장조에 버금가는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슈만은 이 곡의 우수성을 들어 그를 19세기의 모차르트라고 추켜세우며 동시대 다른 작곡가들에게도 작곡의 테크닉을 깨우쳐 주었다고 평하였다.

이후 멘델스존은 피아노삼중주를 한 곡 더 작곡하였는데 피아노삼중주 제2번 C단조는 피아노삼중주 제1번보다 음악적으로 한결 성숙한 작품으로 낭만주의적 정서라는 비슷한 특성을 가지지만, 피아노삼중주 제1번에 비하면 작품의 이미지가 보다 더 격렬하고 정열적이다. 또한 작곡가의 전성기 때 작품으로 표현 의욕이 강하게 배어 있을 뿐 아니라 세 악기의 균형 감각도 훨씬 좋고 구성도 치밀하다. 그는 이 작품을 1845년 초 쓰기 시작한 와중에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필하모닉 협회 주최 시즌 공연을 지휘하고, 베를린음악원에서의 교육과 라이프치히 오케스트라 지휘 등 바쁜 나날을 보내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천재 작곡가답게 착수한 지 두 달여 지난 1845년 4월에 완성하였다. 이후에도 작품을 계속 다듬다가 그해 10월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출판사에 보낸 다음에도 여러 차례 교정 등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 출판은 이듬해 1846년 2월 이루어졌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슈포어(Louis Spohr)에게 헌정되었고, 슈포어의 바이올린과 자신이 피아노를 맡아 초연하였다.

△제1악장 Molto allegro ed agitato 첼로가 악장의 첫 주제를 노래하면 바이올린이 그것을 받아 확장하며 속삭이듯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서주 후 격렬하게 조가 바뀌어 제2주제가 나온다. 다시 첼로가 연주하면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따라하면서 전개된다. 피아노의 날렵한 음형은 중간에 새로운 긴장과 흥분을 일으키고, 바이올린이 반주하는 첼로는 종결부의 흥분에 이르는 대목 앞 재현부에서 첫 주제를 제시하고 열정적이고 장대한 코다는 특히 인상적이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tranquillo 조용하고 달콤한 악장으로 무언가풍의 유려한 피아노 선율을 풀어 놓으면 현악기들이 그것을 받아 그 주제 선율의 나머지를 완성하는 멘델스존 특유의 기법이 엿보인다. 애원하는 듯 호소하는 듯 감성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 악장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피아노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정교하다.

△제3악장 Scherzo: Leggiero e vivace 피아노가 급작스럽게 경쾌한 주제를 뿌리면 그것을 바이올린이 받으면서 시작한다. 곳곳에서 세 악기가 감춰진 사연을 가지고 대화하는 듯하면서 자주 단절되는 바이올린 선율은 감칠맛을 더한다. <한여름 밤의 꿈>으로 선보였던 독보적인 솜씨가 마음껏 드러나면서 각 악기가 세심하게 다루어진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assai appassionato 제3악장보다 더욱 열정적이다. 대위 구조의 복잡한 음형이 자주 나오며 춤을 추는 것처럼 매우 리드미컬하다. 매력적인 두 번째 에피소드가 첼로로 제시된 후부터는 태양광선을 향해 돌진하는 것같이 고조되면서 끝을 맺는다.

■ 들을 만한 음반
△수크 피아노삼중주단(Supraphon, 1969)△보자르 피아노삼중주단(Philips, 1966)△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그레고리 피아타고르스키(첼로)(RCA, 1950)△앙드레 프레빈(피아노), 정경화(바이올린), 폴 토르틀리에(첼로)(EMI, 1978)△알프레드 코르토(피아노), 쟈크 티보(바이올린), 파블로 카잘스(첼로)(EMI,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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