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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2주 낙태?…의학적으론 ‘살인’이다”
“임신 22주 낙태?…의학적으론 ‘살인’이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7.09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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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에 의학적 문제 지적 이어져…“의도된 결론 위한 핑계거리”
윤리와 양심에 반하는 낙태 안하겠다는 의사 직업적 양심 존중해야

임신 22주까지를 낙태 허용 기준으로 판단한 헌재의 결정이 의학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낙태죄 헌재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 토론회’에 발제·발표자로 나선 의사들은 헌재 결정에 대해 의학적 측면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20년 12월 31일 이전까지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여론이 분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1년 6개월도 남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입법 과정에서 임신 22주 이내 태아의 낙태 허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의학적 측면에서 임신 22주된 아기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그냥 ‘살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 시기의 아기는 엄마 뱃속에만 있을 뿐이지 구조나 기능면에서 이미 엄연한 한 인간이고 심지어 통증까지 느끼기 때문이다.

9일 토론회에서 홍순철 고려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10주된 태아도 산전 기형아 검사를 위해 바늘을 들이대면 필사적으로 피한다. 22주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며 “장기와 팔, 다리도 다 형성됐고 심지어 통증까지 느끼는 ‘인간’인데 아프다고 표현만 하지 못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임신 일삼분기, 임신 12주까지가 자연유산의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이고 이 시기를 지나면 자연유산의 위험은 감소한다. 임신 12주를 지나면 임신 이삼분기라고 말하며, 이 시기는 임신 전 기간 중 가장 안전한 시기로 인정된다.

즉, 헌재 결정문에서 제시한 임신 22주는 임신 이삼분기에 속하는 매우 안전한 시기인데 이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장은 “이때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아기가 엄마 자궁 밖으로 나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이 시기에 아기를 인위적으로 엄마 몸 밖으로 빼냈을 경우 아기의 생존 가능성 여부를 결정의 요건으로 고려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 회장은 헌재 결정에 대해 “마치 의도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억지로 꿰맞춰 놓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며 ”이런 불합리한 논리를 바탕으로 사회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임신 22주까지 인정한다는 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처음부터 낙태하지 않도록 관련법·제도 정비해야

어떤 이유라도 낙태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낙태를 하지 않도록 법·제도 정비와 인식 개선 등 사회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생명존중을 위한 대정부, 국회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우선 그는 “어떤 생명도 보호받아야만 하며 모든 낙태를 반대한다”며 “낙태를 하지 않도록 성윤리가 바탕이 된 성교육부터 가장 먼저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또 △비밀출산제 도입 △미혼모 지원(학습·직업교육·생계) △출산·육아 직접 지원 △낙태 시술 전 상담 및 숙려기간 지정 △남성 책임법 제정 △별도의 전문시술의료기관 지정 △낙태시술에 대한 국가 관리와 생명존중 캠페인 실시 △낙태 허용 사유 중 사회경제적 사유 제외 △낙태기준을 벗어난 낙태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 기준 마련 법 집행 등을 요구했다.

이 소장은 “무엇보다 윤리적 신념과 양심에 반하는 낙태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의 직업적 양심을 존중해야 한다”며 “한 생명이라도 더 보호받고 잘 양육될 수 있는 제도와 법이 만들어지고, 인식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계속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에서 열렸는데 450인 수용좌석을 상회한 7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해 ‘낙태죄 폐지’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일어서거나 바닥에 앉은 채로 토론회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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