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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0주된 태아도 고통 느끼는데 죽인다고?”
“임신 10주된 태아도 고통 느끼는데 죽인다고?”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7.08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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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 고대 산부인과 교수, “아프다는 표현만 제대로 못할 뿐”
낙태 국가지정기관 전담 운영, 낙태수술 급여화 필요성도 제기

“임신 10주된 태아도 장기와 팔, 다리 등 사람의 모습을 다 갖고 있고 심지어 통증도 느낍니다. 아프다고 소리만 지르지 못할 뿐입니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임신 22주 이내 태아에 대한 낙태가 허용될 사회적 움직임을 보이자 한 산부인과 의사가 이러한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

그 주인공은 고위험 임신 전문의인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사진). 8일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낙태죄 헌재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그는 헌재가 이번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밝힌 결정문 내용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매일 수술실에서  위독한 태아와 산모의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 입장에서 소신을 밝힌 것.

헌재는 결정 당시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헌재의 결정문이 반대로 임신 22주 이내에선 자유롭게 낙태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이 시기의 태아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속설까지 퍼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태아들도 우리와 똑같은 통증을 느낀다.

“실제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전 기형아 검사를 하기 위해 10주된 태아들에게 바늘을 가까이 들이대면 필사적으로 피합니다.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 신경도 같이 발달하기 때문이죠. 10주되면 장기와 팔, 다리도 다 형성되어 입 벌리고 손발도 움직입니다. 다만 아프다는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인데 그렇다고 이 고통을 외면해도 되나요?”

홍 교수에 따르면 뱃속의 태아도 임신 10주 이상만 되면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갖고 있고 통증도 느낀다. 사진은 임신 17주-18주가 된 태아의 모습.
홍 교수에 따르면 뱃속의 태아도 임신 10주 이상만 되면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갖고 있고 통증도 느낀다. 사진은 임신 17주-18주가 된 태아의 모습.

낙태를 허용할 경우 반드시 국가지정기관에서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생명을 죽이는 일까지 함께하게 한다면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의 역할은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산모의 아기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도와주는 것인데, 반대로 낙태시술도 할 수 있게 한다면 모두 정신분열증에 걸릴 것”이라며 “캐나다 등 낙태를 허용하는 외국처럼 낙태기관을 지정,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건강권을 보호하고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낙태수술의 건강보험 적용과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신설 필요성도 역설했다.

홍 교수는 “국가는 낙태수술 증가를 막아야 하고 낙태가 필요한 여성의 건강권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낙태수술을 급여화로 가능할 것”이라며 “또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신 산전 진찰비, 분만 관련 수가 등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4분기에 이미 사망인구가 출산인구를 앞질렀다. 이에 홍 교수는 앞으로 우리사회가 어떻게 사라져가는 생명을 보호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나온 만큼 앞으로 우리 사회의 주제는 ‘낙태’가 아닌 ‘생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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