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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알고 지냈는데 '장기기증' 불가?
7년 알고 지냈는데 '장기기증' 불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7.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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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친분 관계 증명 자료 부족…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不”
서울행정법원, 오래친분 쌓은 교회 신도…장기기증 가능해

#. A씨는 간경화로 치료를 받던 중 간암을 진단받아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A씨와 교회에서 친분을 쌓아왔던 원고 B씨는 자신의 간장 일부를 기증하고 싶다고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장기이식대장사 선정 승인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B씨는 질본을 상대로 장기이식 대상자로 다시 선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교회에서 만나 7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면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질본 측은 둘 사이의 친분 관계를 증명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질본을 상대로 B씨가 제기한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불승인 취소' 소송에 대해 질본의 처분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교회에서 만나 함께 봉사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며 사적 친분을 쌓게 된 사이다. 때문에 A씨가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자발적으로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을 신청하게 됐다.

그러나 질본은 B씨의 신청을 불승인했다. 장기 기증자가 가족 외의 특정인을 지정해 장기를 기증하려면 둘 사이의 친분관계가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둘 사이의 친분과 장기기증의 진정성 등을 증명할 자료가 미흡하다는 게 질본 측 주장이었다.

즉 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장기매매나 대가성 기증이 의심되기 때문에 대상자 선정이 어렵다는 논리다.

질본은 “△제출된 사진에 촬영일자가 기재되지 않은 점 △A씨가 간암 진단 후 이식대기자로 등록하지 않은 점 등을 미뤄 B씨의 장기기증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와 B씨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증명을 위해 제출된 사진에는 촬영일자가 기재돼 있지 않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된 것으로 고려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가 제출한 사진이 A씨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전송한 사진과 동일하고 나머지 사진들 역시 교회의 다른 신도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촬영일시에 관한 기재는 그 신빙성을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B씨가 이전 배우자와 불화를 겪던 중 지인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면서 A씨를 알게 돼 정서적인 지지를 얻게 됐다는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간암을 진단받고도 즉시 이식대기자로 등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장기 이식 이외에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 매매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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