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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노화와 호르몬
남성 노화와 호르몬
  • 유형준
  • 승인 2019.07.0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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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80)
유 형 준 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유 형 준 CM병원내분비내과 과장 시인.수필가

남성에도 갱년기가 있나? 여성처럼 시작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있다고 본다. 수명이 길어지고, 가능한 조금 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분위기에서 소위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증대하면서, 즉, 움직일 수 있다면 경제활동을 비롯하여 활발히 활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하면서 남성갱년기를 인정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남성에서 갱년기는 여성처럼 여성호르몬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가임기에서 폐경기로 전환되는 시기인 갱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의 갱년기에는 대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여자는 폐경, 즉 난소를 내는 배란과 이에 동반하는 여성호르몬의 분비 및 출혈의 정지란 극적 구분시기가 있으나 남성에선 보다 두루뭉술하게 나타난다. 또한 여자에서는 순식간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오는 반면에 남자에서는 다양하게 서서히 온다. 남자의 경우 여자보다 십 년 정도 늦게 온다.

남성갱년기에 매우 다양한 몸의 변화들이 나타나는데 중요한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발 수가 감소한다. 기억력은 이십대 이후 감소한다. 그러나 집중력, 어휘력, 표현력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오십대 후반이 되면 고막이 두꺼워지고 귓속이 쪼그라들면서 고음이나 고주파 인식이 감소한다. 노안이 온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떨어지고, 지구력이 감소한다. 몸 안의 지방이 증가하여 상대적으로 근육이 준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력을 비롯한 다른 모든 기능의 감소를 가져온다. 오십, 칠십 세가 되어도 성욕은 충분히 느끼지만 섹스의 빈도는 대개 감소하는데 개인차가 크다. 그러나 발기 능력이 감소하여 임포텐스가 올 확률이 증가한다.

남성 갱년기를 늦추기 위한 방법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것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투여다. 그러나 전립선암, 정액 생산 억제 및 우리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신중히 시도한다. 따라서 보다 강조되는 방법은 무리하지 않는 안정과 성생활을 포함한 건전한 생활이다. 적절한 운동과 넉넉한 영양 섭취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법들을 젊어서부터 차근차근 한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연적 노화인지 아니면 약물, 비만, 갑상선기능저하증, 알코올 섭취, 당뇨병, 고환손상 등의 일차적 원인에 의한 병적 상태인지를 진찰을 받아 확인하는 것이다. 질병에 의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남성호르몬은 근육단백질의 합성을 증가시켜 근육비대를 만든다. 그러나 최근의 관찰들은 근육단백질 합성의 증가가 남성호르몬이 근비대를 유도하는 단독 또는 주된 기전이 아니라 이차적인 결과로서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안드로겐에 의한 근육비대를 조정하는 분자수준의 기전은 아직 잘 모른다. 근육에 대한 남성호르몬의 효과는 유전적 배경, 성장호르몬의 분비 상태, 영양, 사이토카인, 갑상샘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등과 같은 여러 인자들에 의해 조정된다. 남성호르몬은 또한 신경근육전달에 대한 효과를 통해 근육 기능에 영향을 준다.

아울러 남성호르몬은 지방대사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체지방 비율은 정상인에 비해 생식선기능저하가 있는 남자에서 더 높다. 노인에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들은 지방량의 감소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내장형 비만을 보이는 중년 남자에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키고, 혈당과 혈압을 감소시킨다. 복강내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과 근육 사이의 지방의 감소도 고용량의 테스토스테론과 관련이 있다.

남성호르몬 결핍이 있는 젊은 남자에서 단기간의 남성호르몬 사용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반면에, 노인에서 장기간의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위험성은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의 부작용에는 적혈구 수 증가, 수면 중 무호흡증의 발생과 악화, 유방을 누르면 아프거나 부풀어 오름 등이 있다. 아울러 장기간 사용시 전립선암과 죽상경화성 심장질환의 진행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있다. 남성호르몬이 전립선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한다. 또한 혈청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전립선암의 위험도 사이에도 두드러진 관계가 없다. 그러나 전립선암은 안드로겐-의존성 종양이며, 안드로겐 복용은 종양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전립선암의 병력이 있는 남자에서 남성호르몬 복용은 절대 금기다. 노인에선 현미경적으로 검사해야만 발견되고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무증상 전립선암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에 남성호르몬을 복용하면 암이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토대로,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이는 노인에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임상적 이익과 위험성을 결정하기 위한 장기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호르몬 농도가 청장년기 수준으로 높아지면 젊어진 걸까. 호르몬 농도의 감소는 늙음의 다양한 특징 중의 하나다. 대개 서른 살이 되면 호르몬 농도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노화 과정을 가속화한다. 호르몬 수치를 더 젊을 때 수준으로 회복시킴으로써, 사람들은 종종 젊었을 때와 비슷한 호르몬 수치 상승효과를 경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노화가 멈추고 젊어졌다는 징표는 아니다. 노화는 마치 비가 내리듯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장마가 쏟아지거나 집이 낡아 비가 새면 홍수 대책, 집수선을 서둘러야 하듯이 당연한 생리적 현상일지라도 일단 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다듬질이 지나쳐 그나마 살만한 집을 망가뜨리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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