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7.8%, 산부인과 의사 양심적 낙태거부 존중
국민 77.8%, 산부인과 의사 양심적 낙태거부 존중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7.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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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생명윤리연 설문조사, 75.5% 낙태전문지정병원 필요
낙태 예방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성윤리 바탕 성교육 강화’

국민 10명 중 8명은 산부인과 의사의 양심적 낙태거부를 존중하고, 낙태전문지정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부분은 모든 낙태가 허용될 경우 무분별한 낙태와 원치 않는 임신, 낙태 강요, 청소년 임신 등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고 10명 중 1명만 우려되는 점이 없다고 응답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원하지 않는 임신이고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없을 때 낙태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4명은 낙태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성윤리 바탕 성교육 강화’를 꼽았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이명진)는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추출된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낙태 실태에 관한 유무선 ARS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를 ‘제한적인 예외사유 외에 전면적으로 낙태를 금지한 법은 위헌’이라며 ‘헌법 불합치’로 결정한 이후 낙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설문조사 항목은 △낙태 허용여부 기준 △낙태 전면 허용의 문제점 △낙태 제한적 허용의 문제점 △낙태 예방에 필요한 정부정책 △낙태와 입양 중 더 나은 선택 △낙태 시술 거부의사에 대한 생각 △낙태 시술 전문의료기관 지정 필요성 등 총 7개 항목이다.

우선 만약 낙태를 허용한다면 낙태 허용여부의 기준을 언제부터 하는 게 타당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9%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22.7%는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6주 이전까지, 23.4%는 임신 초반부인 12주까지는 허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7.5%는 무조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7.4%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만약 모든 낙태가 허용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33.8%는 무분별한 낙태 증가, 13.4%는 원치 않는 임신 증가, 15.2%는 낙태 강요 증가, 17%는 청소년 임신 증가를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즉, 국민 대부분이 모든 낙태가 허용될 경우 갖가지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 중 13.6%만 우려되는 점이 없다고 응답했고, 7%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만약 낙태가 제한적으로 허용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32.4%가  태아의 생명권이 여전히 침해되는 점을 우려했다.

16%는 영아 유기가 늘어날 것을, 11.4%는 출산에 따른 사회 경제적 고충이 증가할 것을, 26.7%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할 것을 우려했고, 13.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정책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37.5%가 '성윤리가 바탕이 된 성교육 강화'를 꼽았다.

다음은 강력한 남성 책임법 도입(20.7%), 미혼모의 사회 경제적 지원 강화(19.3%), 산모의 신상을 비밀로 해주고 출산을 돕는 비밀출산법 도입(16.5%) 잘 모르겠다(5.9%) 순으로 나타났다.

원치 않는 임신이고 아기를 양육할 의사가 없을 때, 낙태와 입양 중 어떤 선택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무려 절반에 가까운 49.6%가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응답했다.

37.4%는 출산 후 입양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13%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산부인과 의사들 중, 양심과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인 77.8%가 의사들의 양심과 신념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12.7는 무조건 시술을 해야 한다고, 9.5%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헌재는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로 결정하면서 2020년 말까지 관련 법안을 개정토록 주문했다.

이에 따라 낙태가 오랫 동안 사회적 논란이 된 주제이고 지금도 다양한 의견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1년 좀 더 남은 '짧은' 시간 동안에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

법 개정이 되면 의사들이 법적 조건을 충족할 경우 낙태를 반드시 해야 하고 거부하게 되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한다(진료거부금지)’는 의료법 15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국민 대다수가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권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난 이번 설문조사결과는 많은 정책적 함의를 담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낙태시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의료법 제15조에 예외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을 위해 낙태시술전문 의료기관 지정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대다수인 75.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16.5%는 필요하지 않다고, 8%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니면 낙태를 금지했지만 46년 전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사건으로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함으로써 이후 낙태 건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생명존중사상이 싹트기 시작해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낙태를 줄이고 반대하는 방향으로 다시 바뀌는 추세이다.

이명진 성산윤리연구소장은 “역사의 흐름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50년 전 논리가 주류를 이뤄 안타깝다”며 “그렇지만 생명운동가들이 낙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명운동을 펼쳐 ‘낙태에서 생명 존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비록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단체가 연대해 생명보호 관련 제도와 법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이름 없는 태아의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한국가족보건협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 ‘낙태죄 헌재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를 오는 7월 8일(월)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고 의학계, 법조계, 여성계 대표의 발제와 각계의 토론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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