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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의료사고 막는 수단 안돼"
"수술실 CCTV 설치, 의료사고 막는 수단 안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6.30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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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전세계적으로 없는 유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료사고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CCTV 설치에 앞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 단체의 수술실 CCTV 설치 입법화 반대 주장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일부 병원에 한해 시범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9일 대한의사협회가 용산임시회관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무엇이 환자를 위한 진실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46차 의료정책포럼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전세계적으로 없는 유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수술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안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수술실 녹화가 일부 배상과정에서 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의사와 환자 간의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고 있다. 평범한 대화나 동작도 의심의 대상이 돼 의료소송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수술실 설치는 논의조차 된 적 없을 뿐만 아니라 비밀유지는 환자의 절대적 권리라 여겨진다. 프랑스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잃은 경우 진료 거부가 가능하며, 캐나다의 경우 성형수술 서비스로 편집 녹화 영상을 제공한 사례도 있지만 CCTV 녹화에 대한 수술 집도의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는 의사에게 수술 장면 녹화가 부당하게 작용하거나 결국 수술의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은 최대의 안정성을 갖춘 최적의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안 소장은 “몇몇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실 출입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것을 도입하면 된다”며 “의료계가 그동안 이 시스템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비용문제 때문에 도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술실 CCTV가 직무 평가 등에 간접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 과오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도 CCTV 없이 신생아 낙상 문제나 대리수술 등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CCTV가 대안이 되지 않으며, 수술실 CCTV 설치는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소장은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는 외과 교육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소송 산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설치는 일부 비윤리적 사건·사고로 위협이 증폭될 수 있으며, 환자 비밀 누설이나 전파 위험, 수술실 업무 효율성 방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의료계 면허자율기구나 대안 제시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CCTV로 의료사고가 근절될 수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전 세계는 왜 하지 않겠냐"라며 의문을 던졌다. 

그는 CCTV 설치에 앞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신뢰가 깨지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조 기자는 "국민들이 CCTV 허용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서울대병원 등 공공병원에 CCTV를 설치해 수술실에서의 의료인 위축이나 정보 유출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가 억울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어떻게 도입하는 것이 좋을지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연희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도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이 의사는 물론, 진료기록도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결국 의사는 방어 진료만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와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수술은 긴장감과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만큼 CCTV 설치로 불안감을 줄 수 있어 수술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의학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행위 수준에 미달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의 비중이 크다면, CCTV를 통해서라도 표준준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인들 스스로 불법행위 사례들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야 하며, 다른 방식의 녹화를 통해 의료인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위험이 따른 행위를 인지한 뒤 개선하는 수단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녹화한 영상을 소송 증거로 삼는 입법적 조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CCTV 설치 의무화에 앞서 의료계가 다양한 수단을 시도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수술실 CCTV는 의료에 대한 환자의 신뢰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00만건의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 중 0.006%인 약 3000건 정도의 의료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의료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이사는 “주변 동료의사들에게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20% 정도가 동의했지만, 동의 여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CCTV 설치하자는데 의견에 동의하지만, 현재 적자인 공공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하면 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수술실 CCTV를 설치하려면 일부에 국한해 설치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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