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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 두드리기가 신의료기술? 전 세계 웃음거리”
“경혈 두드리기가 신의료기술? 전 세계 웃음거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6.2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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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세계 의료계가 개탄할 일, 상식에 맞는 제도 정착” 당부
의협, NECA 항의 방문…평가 철회와 한방행위 검증기준 제시 요구

“경혈 두드리기를 신의료기술로 평가한 것은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번 일은 전 세계 의료계가 개탄할 비과학적 작태이다. NECA 이영성 원장을 만나 앞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신의료기술이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성명서를 낭독하는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의 목소리는 분노와 함께 결연한 의지에 차 있었다. 박 회장은 시위 뒤 기자들에게 신의료기술의 올바른 제도적 정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이하·의협)는 26일 오후 2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NECA)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방의 ‘경혈 두드리기(감정자유기법)’를 신의료기술로 평가·인정한 것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현재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다수의 필수적인 의료행위도 한정된 재정으로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하는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한방의료행위를 섣불리 인정한 것은 비과학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대집 의협 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과 의협의 방상혁 상근부회장, 박종혁 대변인, 정성균 총무이사, 김태호 특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2015년 불인정했다가 왜 입장 바꿨나?…PTSD 환자 치료기회 놓칠 우려 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NECA의 평가에 따라 '경혈 두드리기'(감정자유기법)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PTSD)’ 환자에게 효과가 있어 신의료기술로 채택한다고 행정예고했다.

이에 대해 의협 주요 임원진은 26일 오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NECA 사무실을 찾아 "이번 조치는 비과학의 극치"라고 비판하며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정부기관인 NECA가 과학적 검증 없이 ‘경혈 두드리기’를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로 평가했다는 사실에 본회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치료로 인해 많은 PTSD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 NECA는 지난 2015년에 이미 한 차례 경혈 두드리기에 대해 평가한 결과, 임상적 유효성과 효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NECA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선택된 문헌 대부분에서 사용대상의 의학적·임상적 특징이 결여됐고,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되어 증상과 삶의 질 개선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워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이라고 심의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다시 말해 효과성을 입증할 수 없는 치료라고 판단한 것. 의협은 “이러한 사실이 있는데도 NECA는 어떻게 이번에는 PTSD 환자에게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NECA는 이번 판단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지난 2015년 판단한 결과를 변경하게 된 경위도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계는 한방 영역에서 과도한 의료비가 이미 지출되고 있는데, 이번에 ‘경혈 두드리기’까지 신의료기술로 평가돼 향후 건강보험까지 적용되면 건강보험 재정 낭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교통사고 환자들의 과도한 한방의료비 지출, 과도한 보험료 지급, 이로 인한 전체 보험료 상승으로 의료재정의 심각한 손상과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이미 경험 중”이라며 “효용성이 입증된 많은 첨단 의료기술의 신의료기술 인정은 미룬 상태에서 이번에 검증 없는 비필수의료인 ‘경혈 두드리기’가 무리하게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NECA에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또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한방행위 검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의협 임원진은 성명서 낭독에 이어 NECA의 평가 철회, 한방행위 검증의 명확한 기준 제시를 촉구하는 구호를 제창하고 NECA 이영성 원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면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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