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워딩 자체가 사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워딩 자체가 사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6.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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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비급여 유지 불가피…“박근혜 정부도 보장성 강화는 추진했다”
복지부, “환자쏠림·재정고갈 우려할 수준 아냐…내년부터 의원급 수가인상 본격 추진”

모든 의학적 비급여 진료비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가 ‘워딩’부터 잘못됐다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문케어(보장성 강화) 중간점검 토론회’에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된 정책이고 이 과정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을 당연히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면 급여화’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사기나 다름없는 워딩부터 당장 철회해야 한다. 실제로 전 정부도 3대 비급여 폐지 등 보장성 강화를 추진했다. 현 정부도 종전 비급여 항목을 일부 유지하고 있으며, 이게 그나마 (건보 재정 유지에)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건강보험 하나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의료공급체계를 다양화해 환자들 개개인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의 일대 개혁이나 다름없었던 미국의 ‘오바마 케어’와 달리, 역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왔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좀 더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 문재인 케어에 ‘케어’라는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영건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는 “사실 ‘문 케어’는 보장성 강화의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묶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문재인 케어’, ‘보장률 70%’, ‘전면 급여화’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논란을 자초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가 사회주의로 갈 수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양산했다. 보장률 70% 달성도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고 정책을 추진하다가 자연스럽게 달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 정부가 전 정부와 같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나치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2년 전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할 당시 저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서 당연히 복지부가 발표할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직접 발표한다고 해서 너무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그는 “사실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라는 워딩도 그때까지 의학을 공부하면서 처음 들어봤다”며 “정부는 보장성 강화 70% 달성에 매몰되지 말고 차라리 진짜로 돈이 없어 치료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적 보장성 강화 방안’ 같은 연구를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복지부, “환자쏠림·재정고갈 우려할 수준 아냐”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등 갖가지 우려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정부 측 관계자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해 의료계·야당과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장(사진)은 “역대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가 꾸준히 터져 나왔지만 정부는 최근 20년 동안 재정을 타이트하게 관리해 근근이 꾸려나간 결과, 우려했던 사고는 터지지 않았다”면서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미래 재정 위기를 나름대로 예측 분석해 문제를 제기하는 게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문 케어’ 추진으로 지난해 진료 수익이 상급종합병원은 25% 증가했지만, 의원급·병원급은 10%만 증가해 ‘의료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학계의 지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손 과장은 “이는 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 지급 기준으로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실제 진료 기준으로 통계를 내면 상급종합병원은 12%, 동네의원도 거의 비슷한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원의 종합병원 심사 업무가 이관되면서 ‘계산상의 차이’가 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부연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심평원 본원에서 맡아왔던 종합병원 심사 업무가 지원으로 이관되면서, 본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심사를 1개월 치를 뺀 11개월만 했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1개월 치를 더해 13개월 치를 심사했다. 그래서 상급종합병원의 18년도 진료비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처럼 나왔다”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결국 상급종합병원의 급격한 진료비 증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학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건보공단에도 설명했으며 심평원에도 설명할 것”이라며 “실제로 건보재정은 예상한 대로 잘 관리되고 있고 관련 모니터링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으로, 경증환자는 동네병원으로 유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곧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수가인상도 대형병원이 주로 하는 필수의료서비스로 우선 이루어져 지금까지 동네의원은 후순위로 밀려났던 게 사실이지만 빠르면 내년부터 속도를 내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해 예정된 종료시각을 넘겨 오후 5시경 종료됐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 의장도 참석, 격려했다. 예상보다 많은 300여 명의 청중이 몰려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일어선 채 토론회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황교안·나경원, “문케어, 미래세대 위협”…자한당 당직자들도 쓴 소리

이날 자유한국당 주요 당직자들도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일제히 쓴 소리를 내뱉어 눈길을 끌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에 지난 1977년 처음 도입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이상 신호를 내뱉고 있다. 건보공단 실적은 1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국회예산처도 재정고갈을 경고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41조 5842억 원을 투입해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과 별개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재정위기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무계획적으로 보장성을 늘리고 그 부담을 국민세금과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미봉하려는 ‘문 케어’는 결국 ‘재정폭탄’을 초래하고 계산서는 전부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에 전가할 것”이라며 “포퓰리즘 병에 걸린 건보제도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좋은 진단들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축사를 통해 “급진적이고 무분별한 ‘문 케어’가 시행된 지 곧 2년이 되는데, 현 정권은 잘못된 정책기조를 계속 이어가려 한다”며 “아집과 독선 탓에 건보재정은 급격히 악화됐다. 미래 세대들은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부실한 건강보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무리하게 추진되는 ‘보장성 강화’는 건보재정을 위협하고 보건의료체계마저 뒤흔들고 있다. 전면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문 케어 발표 시만 하더라도 향후 5년간 30조6천억 원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올해 4월 재정 추계에서는 향후 5년간 41조5842억 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의료체계 붕괴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한다”며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케어는 한마디로 ‘세금 케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김명연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은 “대형병원 쏠림으로 지방 중소병원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우리 지역구의 한 병원은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해 노동청에 고발당했다. 부도난 대학에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고도 한다”며 “이렇게 의료정책이 급진적이니 엄청난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보편적 복지가 바람직하지만 우리 현실이 수용할 수 있는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저부담-저급여 취지의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상태에서 보장성만 강화하는 것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도 “문재인 케어는 어떻게 하면 표를 많이 받을지만 계산해서 나온 그야말로 포퓰리즘의 극치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리 고치라고 해도 ‘마이동풍’이다. 저는 계속해서 어떻게든 다시 디자인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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