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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시장 트렌드가 바뀐다...의료계 ‘글쎄’
개원시장 트렌드가 바뀐다...의료계 ‘글쎄’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6.24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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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사-지하철역 의료기관 속속 입점...“부작용 생길 것” 우려도

지하철 역사나 주민자치센터(예전 동사무소)에 의원이 들어서고 있다. 의료 전달 체계 붕괴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원급 의료 기관들이 치열한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 현황을 보면, 상가에 들어서던 동네 의원 형태는 옛말이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인마트 내부 정도에 그치다가, 최근엔 관공서 및 지하철 내 입점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 변화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감염 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의원이 운영되기까지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향후 이 같은 의료기관 개설이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수1가제2동 공공복합청사 개청식 모습
성수1가제2동 공공복합청사 개청식 모습

■ 성동구 공공복합청사 속 ‘가정의학과’

성동구는 지난 3월 기존 구청사 자리에 성수1가 제2동 공공복합청사를 선보였다. 청사는 6층 규모인데, 4층에는 성수보건지소, 5층에는 치매안심센터, 6층에 노인복지시설이 자리했다.  

여기에 더해, 성동구는 청사 2층 근린생활시설에 입찰을 통해 가정의학과 의원을 개설하도록 했다.

성동구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9조, 동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거해 일반입찰을 통해 의원을 선정했고, 건축법에 따라서도 관공서 내 의원 개설이 가능하다고 했다. 즉 청사 건물에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시설은 물론 민간 의료기관이 입점하게 된 것. 이에 대해 성동구는 각 기관이 함께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동구 행정관리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보건지소, 치매안심센터, 일차의원이 함께 모여 구 시민들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보건지소를 찾았다가 의원에서 진료를 보는 등 청사가 구 보건의료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지하철 역사 내 의료기관 입점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지하철 역사 내 의료기관 개설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하철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향후 1차 의료기관의 개원시장 모습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의료기관이 운영 중이며 최근 강남구 강남구청역 입찰 계약도 이뤄진 상황이다. 

■ 의료계 “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이 같은 개원시장의 변화 움직임에 의료계 우려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한 구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기관에 의료기관이 독자적으로 입점하는 사례는 본적이 없다"며 "보건지소 등이 이미 있는데 영리목적의 임대사업을 위해 가정의학과 의원 개설이 허가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의사회 관계자는 “의원 개설 때는 일반적으로 소방시설 적합 여부, 시설기준 및 규격, 안전관리시설, 위생관리 사항 등 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건축법 적용을 받지 않는 도시철도역사가 도시철도법으로 부대사업범위 중 근린생활시설 및 판매시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법망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칫 감염 관리 관점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해당 보건지소 및 치매센터 등에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점에서 같은 건물에 의료기관이 입점했을 때 메르스 등 감염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감염성 질환 환자를 진료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의 대규모 파급 문제나, 밀폐된 지하 공간의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그간 숱하게 있었지만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지하철 역사 내 의료기관 개설에 반대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최근에도 지하철에 결핵 환자가 탑승해 출근길 승객이 모두 내리는 소동이 벌어진 일이 있다"며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 내 의료기관에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어느 개원의는 "정부청사 및 관공서 건물 안에 보건소, 치매센터 등이 의료기관과 함께 입점해 있다면 특혜로 볼 수밖에 없어 입점 의원과 주변 의원 간 불화가 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향후, 지자체 관공서 및 지하철 역사에 의료기관 입점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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