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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의원 입장 표명…비난 여론 더 키웠다
안민석 의원 입장 표명…비난 여론 더 키웠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6.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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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커녕…정신병원 기피시설로 인식함에 대한 문제의식 전혀 없나?”

자신의 지역구에 정신병원 설립 허가를 막겠다면서 의사를 향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안민석 의원이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히려 비난 여론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가 해명을 하면서 막말에 대한 사과는 물론이고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며 기피하는 ‘님비현상’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하지 않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시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을 갖춘 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공청회를 열고 병원 관계자들에게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안 의원은 공청회에서 “정신병원 설립은 말이 안 되는 거다. 있어서는 안 되는 거다. (병원장이 병원 개설 취소에 대해 소송을 걸면) 특별감사를 실시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그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일개 의사가 어떻게 정부와 오산시를 이길 수 있겠나”라며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자기 재산 다 털어놔야 된다”며 “소송하라고 해라. 그 대가를 치르게 해드리겠다”고도 했다.

안 의원이 ‘막말’을 한 것이 언론 보도되어 논란이 되며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한 이틀간 침묵하고 있던 안 의원은 지난 21일(금)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제 의사협회 회장이 저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더는 침묵할 수 없다. 수많은 오산시민이 정신병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 문제의 당사자는 오산시민인데, 의협이 나서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오산시민, 오산 출신 국회의원과 전국의 의사분들과 싸움을 붙이는 행태는 결코 옳지 않다. 의협은 이 병원의 개설과 운영이 제대로 된 것인지 문제가 없는지, 오산시나 보건복지부에 문의 한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4월 오산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폐쇄병동(126병상)이 포함된 정신병원이 개설허가를 받았는데 아파트 주민들은 개설과 관련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오산시는 격리병원 설치를 제한하고 있어 편법적 경로를 택해 오산시민의 지극히 당연한 반대와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며 “저는 오산시 국회의원으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산시 요청으로 해당 병원의 설립근거와 설립허가가 적정했는지를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설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유권해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은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협의조차 거부했다. 저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병원설립 문제를 협의해 왔고 그 과정에서 병원 측의 안하무인식 태도와 대처에 대해 분개하여 감정적 토로를 했다”며 “병원 측은 이를 녹취해서 의사협회를 끌어들여 마치 문제가 없는 병원을 오산시민과 오산 국회의원이 압박하는 것으로 호도하고 고소에 이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질은 병원 개설허가가 잘못됐다는 것이며, 그뿐만 아니라 이중 병원 개설 등 불법 의혹이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수사와 특별조사가 시작되면 공개할 ‘내부자의 스모킹건’도 확보해 두었다. 오산시민들은 불법병원 규명과 처벌을 위해 공권력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한다. 선처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안민석 의원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생고생하는 오산시민들에게 네티즌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양심적 의료인들이 도와주시기 바란다. 저는 병원취소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관계부처와 수사기관도 조속히 결론을 내주기를 기대한다. 불법과 부정은 계속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 한 의료계 인사는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며 우리 지역에 둘 수 없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그렇잖아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와 그릇된 인식이 만연한 현 세태로 고통받는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대못을 박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더해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행정부를 부당하게 압박해 행정적 조치가 취해지도록 한 의혹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도 국민인데 국민 개인을 상대로 무차별적 협박을 한 것도 너무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의 ‘막말’ 이전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오산시에서 지난 18년간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A원장은 최근 4개과 진료 병원을 새로 열기 위해 ‘정신과 병상에서 10% 이상 개방병상일 경우 일반병원으로 개원 가능’과 ‘입원환자 60명당 전문의 한 명 근무’ 등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등의 조건을 충족해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았지만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정신병원이 들어오면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했다.

이에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안민석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접 접촉했고 이틀 뒤 복지부는 ‘병상 60개당 전문의 1명을 두어야 설립이 가능하다’는 지난 2008년의 한 유권해석을 들어 병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원장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의 2명을 추가 채용했는데, 이번에는 오산시장이 당일인 5월 17일 직권 취소를 했고 같은날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안민석 의원이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된 것이다.

이후 의협 최대집 회장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안 의원을 규탄했고 대한신경정신의학과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의료단체들도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지난 20일 안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24일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예고했으며 이를 촉구하는 대회원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과 혐오가 더 만연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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